사회
부산 다방 여종업원 살인피의자 15년만에 붙잡혀
입력 2017-08-31 11:57  | 수정 2017-08-31 14:17

2002년 부산에서 발생한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 피의자가 15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미제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경찰이 공개 수사로 전환하고 시민의 결정적인 제보가 이어지면서 해결됐다.
31일 부산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살인 등의 혐의로 양모 씨(46) 등 3명을 붙잡아 양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2002년 5월 21일 오후 10시께 부산 사상구 괘법동의 한 다방에서 퇴근한 여종업원 A 씨(당시 21세)를 납치해 흉기로 가슴 등을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부산 강서구 명지동 바닷물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음날 낮 12시 15분께 부산 사상구의 한 은행에서 A 씨의 통장에 있던 돈 296만원을 인출하고 같은 해 6월 12일 부산 북구의 한 은행에서 이모 씨(41) 등 여성 2명을 시켜 A 씨의 적금 500만원을 해지해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살인 사건은 2002년 5월 31일 낮 12시 25분께 A 씨 시신이 유기 장소 근처 해안에서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양 씨와 이 씨 등이 은행에서 돈을 찾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가 확보됐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고 지문 등 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아 미궁에 빠졌다.

부산경찰청은 2015년 8월 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모든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도록 형사소송법(이른바 태완이법)이 개정된 후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보강조사에 착수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2월 25일 용의자들을 공개수배하면서 페이스북으로 CCTV에 나오는 용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시민의 도움을 요청했다.
덕분에 이 씨의 사진을 본 지인이 지난해 3월 경찰에 제보했고 경찰은 같은 해 4월 5일 이 씨 등 공범 2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 씨 등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정밀 분석해 양 씨의 신원을 파악해 지난 21일 전격 체포했다.
양 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법영상분석연구소에 의뢰해 CCTV에 나오는 양 씨의 사진과 최근 사진, 돈을 찾을 때 사용한 전표의 필적과 최근 필적을 대조한 결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또 이 씨가 다른 범죄 피의자 4명과 함께 서 있는 양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양 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양 씨와 동거한 B 씨에게서 "2002년 5월께 양 씨와 함께 둥글고 물컹한 느낌이 있는 물체가 담긴 마대자루를 옮겼고 마대자루 아래로 검은색 비닐봉지가 보였지만 당시 무서워서 어떤 물건인지 물어보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조사결과 양 씨는 2002년 7월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혐의로 체포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2003년 부녀자 강도강간 사건을 저질러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양 씨는 집행유예가 취소돼 모두 10년간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14년 출소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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