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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품위녀` 김선아 "나를 잠시 잊는 것, 박복자에 대한 예의죠"
입력 2017-08-31 07:01  | 수정 2017-08-31 11:08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로 살기 위해 잠시 자신을 잊고 지냈다. 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의 박복자는 '상류사회'라고 일컫는 세상 꼭대기를 향한 야망을 품었다. 안태동(김용건 분) 대성펄프 회장의 간병인으로 재벌 집에 발을 들여놓은 뒤 그룹 부회장 자리까지 꿰찼다. 그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김윤철 PD의 섬세한 연출에 백미경 작가의 탄탄한 필력이 더해진 '품위있는 그녀'는 JTBC 드라마 최고시청률인 12.06%로 막을 내렸다. 배우 김선아(44)는 박복한 삶을 살았던 박복자를 연기해 박수 받았다. 방송이 끝난 후 만난 그의 얼굴에는 박복자의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촬영 후 없어진 줄 알았던 감정이 방송을 보면서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시청률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기록을 보고 놀랐죠. 대본이 좋았던 만큼 성공할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완전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었더라도 성공했을 겁니다."
'품위있는 그녀'는 박복자가 살해 당한 장면이 먼저 공개된 후 그가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과정을 따라갔다. 김선아는 박복자가 죽는 사실을 알고서도 촬영에 들어갔다.
"독특했죠. 박복자가 죽는 것보다는 대본을 보고 '굉장히 작품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전개 등이 지금까지 받았던 대본과는 느낌이 달랐거든요."
박복자의 죽음과 진범을 찾는 것은 작품의 중심축이었으나 '품위있는 그녀'는 단순히 살해범을 찾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욕망이 뒤엉킨 상류사회의 민낯은 박복자를 통해 그려졌다.

"어떤 게 박복자의 진심인지 계속 물음표를 두고 봤어요. PD님에게도 질문을 많이 던졌죠. 나중에는 답을 모르니 어느 선까지가 박복자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박복자는 항상 혼자였고, 방황하며 살 수밖에 없었죠."
'사람은 다 똑같은데 소 돼지처럼 등급이 있다'라는 독백처럼 박복자는 태어날 때부터 매겨지는 부에 따른 사회적인 계층에 불만을 품었고, 언제나 높은 곳을 갈망했다. 대기업 부회장까지 됐지만, 결국 그의 마음을 채워주는 건 돈이 아니었다.
"부모 없이 자란 박복자는 10살쯤에서 성장이 멈춘 듯해요. 기댈 사람이나 토닥여주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누구나 사람의 손길이나 사랑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대본을 볼수록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김선아는 인터뷰 내내 박복자를 떠올리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촬영과 방송이 끝나고서도 쉽사리 박복자의 손을 놓지 못했다. 표독스럽게 돈을 좇던 박복자는 가련한 여인이었다.
"박복자로 사는 동안에는 잠시 김선아와는 이별했죠. 몇 년을 같이 지낸 사람도 성격이나 상황을 알기 쉽지 않아요. 작품 하는 동안에는 개인 생활을 버리고 그 인물이 되려고 하죠. 저만의 룰이에요. 스스로 많이 외롭게 한 거죠."
김선아는 "지독하리만큼 나는 내가 모자란다고 느낀다. 이렇게라도 해야 박복자에 대한 예의인 듯했다"고 말했다. 마흔 살이 넘어도 자신을 모르는데, 몇 달 동안 자신이 맡은 인물에 집중하지 않으면 캐릭터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혹독할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인 덕분에 김선아는 박복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언제나 외로웠던 박복자는 김선아와 제작진의 노력이 깃든 결과였다.
"조명팀이 어마어마했죠. 있던 주름도 없어지더라고요. 의상 메이크업 머리까지 대본만 보고 있으면 옆에서 모두 알아서 해주셨죠. 카메라가 배우의 감정과 함께 움직여 심장이 뛰었어요. 감독님의 연출까지, 이런 엄청난 팀과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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