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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운명의 한국-이란전, 그 4가지 키워드
입력 2017-08-31 06:01 
신태용 감독은 위기에 처한 한국축구를 구할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죽을힘을 다해 뛰어 승리를 쟁취해야 할 날이다. 그리고 이란과 악연을 끝내는 날이다.
한국은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갖는다. 4승 1무 3패(승점 13점)의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에 쫓기고 있다. 이란전을 그르칠 경우, 위치가 뒤바뀐 가운데 적지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한국은 이란을 잡아야 한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틈도 없다. 동시간대 열리는 중국-우즈베키스탄전에 대한 관심은 꺼뒀다. 신태용호는 이란만 이길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변화
한국은 ‘새로운 팀이다. 2달 사이 감독이 교체됐고 선수 면면이 바뀌었다. 소집한 지 열흘 밖에 안 됐으며, 공식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유일한 실전은 지난 26일 수원 삼성과의 비공식 연습경기(1-2 패)였다. 어떻게 준비하고 치렀는지는 대표팀 및 수원 관계자 외에는 알 수 없다. 케이로스 감독도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신태용 감독이 한국에 유리하다고 밝힌 부분이다. 이란은 한국이 어떤 카드를 꺼내는지 알 수 없다. 과거의 경험에 기댈 따름이다. 신 감독은 이란전 준비사항을 철저하게 함구했다. 외부로 새어나갈까 경계태세를 높였다.
신 감독은 경기 당일 그라운드에서 확인하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베스트11은 싹 바뀐다.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얼굴이 다를 터다.
가장 최근 A매치는 6월 도하에서 가졌던 카타르와의 8차전이다. 당시 베스트11(4-1-4-1) 중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한국영(강원 FC), 곽태휘(FC 서울), 권순태(전북 현대) 등 4명은 신태용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황희찬(잘츠부르크), 기성용(스완지 시티), 손흥민(토트넘)은 100% 몸 상태가 아니다. 이들의 이란전 선발 출전 여부는 불확실하다. 자연스레 변화가 뒤따른다. 카타르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이 바뀔 수 있다.
신 감독은 현재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색깔을 구현할 선수를 뽑았다. 이기는 축구에 초점을 맞추나 신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은 유효하다. 강도가 더할 따름이다. 이란전 구상은 이미 마쳤다. 신 감독의 선택을 받은 태극전사는 누구일까.
2년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 그는 이란전 격파 선봉에 설까. 사진=김영구 기자
◆이동국
신 감독은 황희찬 카드를 두고 고심했다. 황희찬은 공격 자원 중 가장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새 시즌 7골을 몰아쳤다. 공간 침투가 장점이다. 이란의 질식 수비를 무너뜨리기에 필요한 무기다. 그러나 오른 무릎이 완전치 않다.
황희찬은 소집 후 동료와 함께 훈련을 소화했으나 아직 통증이 남아있다. 신 감독은 고민이 많다”고 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황희찬의 선발 출전 여부에 대해 애매하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이란의 허를 찌를 연막작전일 수도 있지만, 신 감독의 솔직한 토로일 수도 있다. 이란과 단판이 아니다. 6일 뒤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도 준비해야 한다. 무리수는 피해야 한다.
황희찬이 베스트11에서 제외될 경우, 최전방은 이동국과 김신욱(이상 전북 현대)의 경쟁이다. 투톱 기용은 피할 확률이 높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소속팀에서도 투톱으로 선발 출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또한,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 8차전에 꺼냈다가 재미를 못 보기도 했다.
둘 중 한 명이 뛴다면 이동국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김신욱은 최근 대표팀에서 조커로 활용됐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경기를 뛰었다.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신 감독은 2년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의 역할로 단지 구심점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2선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공격수로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훈련에서 보여준 이동국의 몸놀림은 나쁘지 않았다.
이동국은 큰 경기에 강했다. 그리고 이란을 상대로 가장 많은 골(2골)을 넣었다. 또한, 최근 A매치 복귀 무대마다 보란 듯이 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마지막 월드컵 예선 경기는 1535일 전이다. 울산에서 열렸던 이란전이다.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 이동국에게도 응어리를 풀 기회다. 또한, 역대 A매치 최고령 출전 기록 2위(38세 124일)에도 오른다.
최근 이란전 4연패를 모두 경험한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이번만큼은 손흥민이 웃을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설욕
한국은 이란을 이겨야 한다. ‘반드시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과 직결된다. 우즈베키스탄만 이겨도 A조 2위를 차지하나, 타슈켄트로 떠나는 발걸음의 무게가 다르다. 더욱이 이란에 갚아야 할 빚이 참 많다.
신 감독은 선수단뿐 아니라 온 국민이 이란을 왜 이겨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이란을 상대로 힘겨운 상황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뒤바꿔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개인적으로 과거 아픔까지 갖고 있다. 21년 전 아시안컵 참패를 당했던 당사자 중 1명이다. 신 감독이 마지막 A매치 골을 넣었던 경기였다.
한국은 번번이 이란의 벽에 가로막혔다. 2011 아시안컵까지만 해도 9승 7무 9패로 호각을 다퉜으나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의 지휘봉을 잡은 뒤 일방적으로 기울어졌다. 최근 4경기 연속 0-1로 졌다. 테헤란 원정이 3번이었으나 울산 홈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호기롭게 맞섰으나 연패는 길어졌다. 이쯤되면 징크스다. 때문에 청산해야 할 과거다. 손흥민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빨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이란전 4연패를 모두 그라운드 안에서 경험했다. 상처가 컸다. 손흥민 만이 아니다. 맏형 이동국을 비롯해 손흥민, 기성용, 김신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장현수(FC 도쿄),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남태희(알 두하일), 이재성(전북 현대), 이근호(강원 FC), 김민우(수원 삼성) 등도 이란전 연패를 막지 못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이나 절호의 기회다. 한국은 승점 3점이 필요하다. 기왕 딸 거 이란을 상대로 거둔다면 금상첨화다. 4년 전 피눈물 발언까지 했던 손흥민이다.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각오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저마다 투지가 넘친다. 이란과 악연을 끊을 기회라고 다짐하고 있다.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한국이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홈경기 전승을 기록한 적은 1번도 없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기록
한국의 승리는 기록과도 밀접해있다. 월드컵 예선 홈 전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 한국은 2015년 9월 3일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라오스전(8-0 승)부터 8연승(2차예선 쿠웨이트전 몰수승 포함)을 달렸다. 이란전은 최종예선 마지막 홈경기다. 홈 전승으로 러시아월드컵 예선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난이도가 ‘최상으로 올라가는 최종예선을 홈 전승으로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조별리그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치른 것은 1998 프랑스월드컵부터다.
이 기간 최종예선 홈 전승을 기록한 팀은 중국(2002),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란(2006), 호주(2010) 등 5개국 밖에 없다. 한국은 3승 1패(1998)-2승 1패(2006)-2승 2무(2010)-3승 1패(2014)를 기록했다. 전승은 1번도 없었으며 무패조차 1번뿐이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과 이란이 홈 전승에 도전 중이다.
한국이 이란을 이긴다는 것은 이란의 질식수비를 뚫었다는 방증이다. 한국이 90분 기준으로 이란 골문을 열은 것은 2009년 6월 17일의 박지성이 마지막이었다.
또한, 이란의 최종예선 무실점 행진이 멈춘다는 뜻이다. 이란은 현재 8경기를 치르면서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케이로스 감독은 자부심을 갖는다며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월드컵 이후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무실점 팀은 없었다. 이란이 최초 기록 도전이다. 사우디아라비아(2006)와 호주(2010)가 1골씩만 내준 적이 있었으나 각각 6경기와 8경기를 치렀다. 이란은 한국전을 마친 뒤 시리아와 홈경기를 갖는다. 그들에게도 한국전이 최대 고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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