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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구단들의 사과, 허탈한 야구팬들 달랠 수 있나
입력 2017-08-31 05:54 
삼성과 KIA가 과거 최규순에게 금품을 제공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허망한 일이다. 두산 베어스에 이어 KIA 타이거즈,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까지 최규순과 엮인 사실이 밝혀졌다. 넥센 히어로즈도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야구계가 흔들리고 있다. 애꿎은 팬들만 피해자가 된 셈이다.
29일과 30일 야구계는 크게 소란스러웠다. 최규순 전 심판위원에 금품을 제공한 구단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구체적인 구단명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두산이 관련 사실을 인정한 뒤 사과했고 이번에는 KIA와 삼성이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넥센 역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KIA와 삼성은 발 빠르게 사과문을 게재해 성난 팬심을 달래려했으나 쉽지 않다.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 타이밍이 문제다. 분명 지난해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관련 사실을 조사했을 당시에는 ‘관련해 확인된 사실이 없다, ‘금전거래 한 사실이 없다 등으로 부인하더니 이번에 수사가 본격화되고 구단명이 거론되자 부랴부랴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팬들 입장에서 황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구단들 내부적으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탄탄한 체계에다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구단들이다. 이미 저질러진 잘못이야 차치하더라도 당시에 확실하고 제대로 된 전수조사 등을 진행해 자진해서 밝혀냈다면 비난의 강도와 팬들의 충격이 이보다는 훨씬 덜 했을 것이다. 프로답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혹여 별 일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소홀히 조사한 것이라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어떤 경우든 팬들을 실망시킨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 거슬러 올라가 저질러진 잘못들은 다른 변명이 필요 없다. 1차적 문제는 최규순 전 심판이다. 사사로운 금전부탁을 거침없이 해댔다. 결과적으로 야구계 전반에 폭풍을 몰고 오고 말았다.
연이은 야구계의 좋지 않은 소식에 팬들만 피해자가 되고 있다. 사진=KIA
다만 구단들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직 검찰은 이들 사이 금품을 건네는 과정과 승부의 직접 연관성은 아직 포착하지 못한 듯하다. 어떠한 기대심리와 계산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심판이라는 위치, 특별한 선후배관계라는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규약을 어긴 행동이 분명하다. 더 나아가 응원해주는 팬들, 지켜보는 관중과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오해와 편견, 그리고 허탈함을 안겨주기 충분한 행동이기도하다. 벌써부터 팬들의 편견 가득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야구계에 힘든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수치가 아닌 체감하는 프로야구의 인기는 그럼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고 TV앞에 모여들고 또 정보를 찾는다. 슈퍼스타에 환호하고 살얼음판 5강 승부에 짜릿해하고 타오른 1,2위 경쟁에 흥미진진해한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일이 계속된다면 언제까지고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더 밝혀질 게 있을 것이고 더 사과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구단들에게 더 현명하고 올바른 처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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