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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순 前 심판에 돈 준 구단, 비난받아 마땅한 부도덕 행위
입력 2017-08-30 19:40  | 수정 2017-08-31 09:18
최규순 전 KBO 심판위원. 구단들에게 금품을 수수해 상습사기와 상습도박 혐의로 30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최규순게이트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적어도 10개 구단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개 구단이 연루됐다. 프로야구에 드리운 부도덕함에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재억 부장검사)는 30일 상습사기, 상습도박 혐의로 최규순(50) 전 KBO 심판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검찰 발표에 따르면 앞서 밝혀진 두산 베어스와 KIA타이거즈 외에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 등 10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최규순 전 심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29일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최규순 전 심판이 금품을 요구했는지, 구단이 최 전 심판에 돈을 전달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 대표는 돈 전달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최 전 심판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KIA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검찰 발표로 알려진 삼성도 30일 오후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이 본 최 전 심판의 혐의는 상습 사기다.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으면서 구단 관계자들을 상대로 돈을 빌린 것이다. 최초로 알려졌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자진 신고했던 두산은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2013년 10월 최 전 심판이 교통사고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김승영 전 대표이사에게 돈을 빌려갔다. KIA도 같은 해 비슷한 이유로 직원 두 명이 최 전 심판에게 돈을 건넸다. 삼성도 2013년 10월 폭행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최 전 심판의 말에 직원이 400만원을 빌려줬다. 삼성과 KIA는 KBO 자체 조사 때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다. 자진신고 기간에 최 전 심판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현재까지는 입장 변화가 없다.
어쨌든 최 전 심판이 돈을 받아간 수법은 비슷하다. 폭행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아무래도 심판이라는 위치에서, 또 야구계 선·후배라는 특별한 관계 때문에 구단 관계자들도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고 있다. 검찰도 구단들이 금품을 건네는 과정에 대해서 승부에 영향을 끼치려는 별다른 시도를 포착하지 못한 듯하다. 혐의를 상습사기와 상습도박만 특정한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단들을 돈을 뜯긴 피해자라고 감싸 줄 이유는 없다. 구단들도 양심이 있다면 피해자 코스프레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단순히 심판과의 금전 거래를 금지한 KBO 규약 때문은 아니다. 당연히 규약은 따라야 하고,지켜져야 하는 존재지만, 이들 구단은 부정한 거래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에 따른 사기 피해가 아니라 돈을 건네는 대상이 심판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불순한 의도가 티끌만큼 없었다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최 전 심판의 부탁을 거절했을 경우 판정상의 불이익이 없을지 계산해 보지는 않았을까.
이들 구단은 최 전 심판 검찰 조사 결과로 금품을 건네지 않은 구단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은 공정한 경쟁이다. 이를 두고 교과서 같은 말이라고 넘어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기본을 망각했기에 승부조작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두산과 삼성이 모두 연루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최 전 심판과 부적절한 금전관계를 가진 구단들은 분명 부도덕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록 부정한 의도가 강하지는 않았더라도, 심판과 구단 사이의 돈거래는 세계 야구사에서 찾을 수 없는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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