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바이오헬스, 식품·먹거리에서 기회 찾아라"
입력 2017-08-30 15:45  | 수정 2017-08-30 18:51
신현묵 오픈헬스케어데이터그룹 상임이사가 지난 28일 벤처기업협회가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 내 브이아크에서 개최한 제1회 브라운백 미팅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트렌드와 창업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 벤처기업협회]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식품 등 먹거리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현묵 오픈헬스케어데이터그룹 상임이사는 지난 28일 벤처기업협회가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 내 브이아크에서 개최한 제1회 브라운백 미팅에서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제안했다.
신 이사는 "최근 계란 파동 등에서 보듯, 소비자가 먹는 것을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만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흔히 바이오라고 하면 신약이나 디지털 헬스케어를 떠올리지만, 먹거리도 아주 중요한 바이오 이슈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헬스케어 시장의 2.5배로 추정되는 웰니스 시장을 목표로 삼으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5억원 미만의 연구개발비로 제품화까지 성공해도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아 팔지 못하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과 달리, 건강기능식품 등은 상대적으로 확장성이 크고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기도 쉽다는 설명이다. 신 이사는 "내분비 계열 질환을 보면 대부분 먹거리와 연계되어 있다"면서 "예컨대 생협 시스템이 디지털 커넥티드화되는 식으로 몇 년치 데이터를 쌓고, 시장의 신뢰를 얻어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면 여러모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표자인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과학기술과 과장은 "IT는 6개월마다 기술 바뀌고 입증이 되는데, 바이오는 길게는 몇 년동안 결과물 없이 연구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근거와 신뢰가 중요하다"며 "근거를 마련하느라 투자받기 어려운 창업이후 3~4년, 초기 단계 R&D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오랜 숙원인 규제 합리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이 과장은 "상시적으로 제도 개선과 규제, 생명윤리에 대한 의견을 상시적으로 건의할 시스템을 만들겠다. 두 세달에 한 번씩 전문가 의견을 듣고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개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한국 바이오헬스 생태계에 쓴소리도 했다. 한국 헬스케어와 바이오만의 강점이 있긴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엉뚱한 곳에 투자하고 있거나 타겟 시장을 분석하지 않으며 비용 지불자(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의 목표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관련 스타트업과 예비창업자들에게 "의약품 배송과 왕진이 법적으로 금지된 나라는 한국뿐이다. 우리 바이오환경은 갈라파고스 그 자체"라며 "헬스케어 산업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진출하고 싶은 나라의 병원이나 제약사와 손잡고 근거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지금 한국 환경에서는 어떤 제품을 만들어도 돈을 지불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대도시에 인구 80%가 집중화된 우리나라 환경은 신뢰를 구축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장은 기업들에게 바이오헬스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지금은 인간의 욕망이 편리함에서 생명으로 옮겨가는 시기다.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안전과 쾌적함, 건강을 제공할 수 있는 산업은 생명공학(BT) 즉 바이오헬스뿐"이라며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욕망의 패러다임이 BT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바이오헬스가 경제성장을 이끌며 바이오경제 시대로 변모할 것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 투자자, 창조가디언스 멘토, 바이오헬스 기업 대표, 약사, 대학생, 예비창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청중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애완견 브리딩 관련 스타트업 페오펫을 창업한 최현일 대표는 "주제는 헬스케어지만 데이터와 스타트업에 대한 인사이트는 물론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사료와 간식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이 있었는데 오늘 만난 농업신기술분야 멘토님과 상의할 기회도 얻었다"며 반가워했다.
이번 미팅을 기획한 방미진 벤처기업협회 서울벤처인큐베이터 커뮤니티매니저는 "작년부터 벤처기업협회가 중소기업벤처부와 함께 운영하는 '통합멘토링 지원체계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행사"라며 "정부 관계자, 바이오헬스 전문가, 투자자, 창조가디언스 멘토 등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움이 필요한 예비창업자·벤처 대표들과의 만남의 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백 미팅은 연말까지 창업계의 주요 이슈를 주제로 매달 열린다. 참가신청 및 문의사항은 벤처기업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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