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불신만 더하는 심판 판정…질 떨어지는 프로야구
입력 2017-08-30 09:46  | 수정 2017-08-30 09:48
조원우 롯데 감독은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7회말 3루심의 판정 번복에 대해 항의했으나 다시 바뀌지 않았다. 롯데는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심판들 수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뜩이나 구단들을 상대로 금품을 수수한 전 심판위원 최규순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나온 석연찮은 판정은 프로야구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문제의 판정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7회말에서 나왔다. 당시 롯데는 위기 상황이었다. 롯데 두 번째 투수 박진형은 류지혁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뒤 볼넷 3개를 허용했다. 1사 만루 위기서 조정훈이 마운드에 올라왔고, 민병헌은 조정훈의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유격수 문규현에게 향했다.
문규현은 홈으로 송구했다. 홈에서 아웃선언이 난 뒤 포수는 3루로 공을 던졌다. 2루 주자 김재환과 엇비슷하게 공은 3루수 김동한에게 전달됐다. 박근영 3루심은 아웃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곧바로 김재환과 전형도 주루코치가 세이프라고 항의하자, 판정을 번복하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3루수 김동한의 발이 베이스에 떨어져다는 게 판정번복의 이유였다.
이에 조원우 롯데 감독과 김원형 수석코치가 그라운드로 나가 항의했다. 판정 번복에 대한 거센 항의였다. 그럴만했다. 박근영 심판이 아웃 사인을 한 뒤, 어설프게 세이프라고 판정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항의가 이어지면서 비디오 판독 요청도 했지만,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 9시53분부터 10시1분까지 8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감독 항의가 5분 이상이 되면 퇴장하는 게 원칙이지만, 조 감독은 퇴장당하지 않았다. 심판이 규정까지 엄격하게 지키지 않은 셈이다. 결국 롯데 입장에서는 이닝이 끝나지 않고 두산의 공격이 이어져 폭투로 역전을 허용했다. 불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성난 롯데팬들은 김재환에 대한 욕설을 퍼부었다. 두산 오재원까지 흥분한 장면이 나왔다.
올 시즌 유독 논란의 판정에 롯데가 많이 엮여 있다. 4월29일, 그 때도 잠실 두산전이었다. 이대호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튄 공에 대해 파울과 페어로 대립하다가, 거센 항의를 하는 이대호를 퇴장시켰다. 이후 5월3일 수원 kt전에서는 kt오태곤의 1루 주루와 관련 수비방해에 대해 어필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5월21일 잠실 LG전에서는 투수 박진형이 어깨를 들썩거리는 미미한 동작에 대해 당시 윤상원 구심이 포크 판정을 내려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비디오 판독에서는 오독으로 홈런을 도둑맞는 일까지 생겼다. 7월 20일 울산 삼성전에서 손아섭이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타구를 날렸고, 홈런 기준점인 노란색 라인을 맞고 나와, 최초 홈런을 인정받았지만,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홈런을 취소시켜, 이에 KBO가 공식적으로 오독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4월3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7회 초를 앞두고 관중이 난입해 박근영 1루심을 폭행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심판위원들도 스트라이크 존 판정 등 민감한 판정에 대해 매 시즌이 개막하기 전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공유하지만 사람의 일이라 그런지 판정 관련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야구팬들을 충분히 납득시켰냐다. 이어지는 판정 논란에 야구팬들은 프로야구 심판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3루에서 어설프게 판정번복을 한 박근영 심판만 하더라도 2014년 광주 SK-KIA전에서 1루심을 보다가 그라운드에 난입한 관중에게 폭행을 당한 장본인이다. 박 심판의 판정이 유독 논란거리가 되던 시절이었다.
심판들도 매 경기 무거운 장비를 착용해야하는 등 나름 고충이 많다. 하지만 판정 논란만 불거진다면, 고생만 하고 욕만 먹게 된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오심 심판 블랙리스트라 돌아다니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과거 한 심판은 심판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야 명심판이다”라는 말을 했다. 최근 최규순 전 심판이 구단들을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고, 최 심판에게 금품을 건넨 구단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심판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게 현실이다. 심판들 스스로 ‘적폐가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지 돌아봐야 한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