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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선발 10승 투수, 그리고 에이스란 무엇인가
입력 2017-08-30 06:58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떠오른 박세웅. 박세웅은 올 시즌 마침내 선발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시즌 10승은 모든 선발 투수들의 목표다. 야구는 팀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개인 기록 또한 무시하기 힘들다. 3할 타자와 10승 투수를 각 팀의 핵심 전력으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수 분업화가 심화되면서 10승 투수를 더욱 희귀한 존재로 만들었다. 한 시즌 선발 10승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10승을 올리는 투수가 되면 그 투수는 에이스 대접을 받는다.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10승을 해 본 이들이 10승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에도 새로운 10승 투수가 탄생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우완 박세웅(22), 넥센 히어로즈 우완 최원태(20), SK와이번스 언더스로우 박종훈(26)이다. 박세웅은 29일 현재 11승4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중이다. 다승 공동 5위, 평균자책점 2위다. 박세웅의 10승은 험난했다. 9승을 거둔 뒤 8번의 도전만에 이룬 10승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9승을 따낸 뒤 7경기에서 무승에 그친 박세웅은 8번째 도전에 나선 지난 1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5실점을 기록하고도 타선지원을 받아 두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10승 도전이 길어지면서 지독한 아홉수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어쨌든 박세웅은 스스로 아홉수를 이겨내고, 10승 고지를 밟았다.
최원태는 올 시즌이 첫 선발 풀타임 시즌이다. 2015년 1차 지명을 받고 넥센에 입단한 최원태는 지난해 17경기에서 2승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승수를 쌓았고, 박세웅과 같은 날인 지난 1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10승을 거뒀다. 29일까지 11승6패, 평균자책점 4.52를 기록 중이다.
거의 땅바닥에 스치듯 공을 던지는 잠수함 투수 박종훈도 데뷔 첫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10년 2라운드 전체 9순위로 SK에 입단한 박종훈은 올 시즌 5선발로 시작했지만, 토종 선발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7일 한화와의 인천 홈경기에서 6이닝을 2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10승을 달성한 박종훈은 올 시즌 10승7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 중이다.

◆ 에이스는 꾸준해야 한다…빛나는 연속 10승의 가치
하지만 선발 10승을 거뒀다고, 그 투수를 에이스로 봐야 하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결국 꾸준하게 10승을 거둘 수 있는 투수가 에이스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현역 투수 중에는 두산 베어스 좌완 장원준(32)이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4년 롯데 자이언츠의 1차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한 장원준은 2008년 12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10승 투수 대열에 들어섰다. 이후 꾸준하게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고 있다. 2011시즌 15승을 거둔 뒤 경찰청에 입대했던 장원준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4시즌 10승을 거뒀고, FA자격을 취득한 뒤 두산으로 옮긴 뒤에도 두자릿수 승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속 10승 최다 기록은 이강철 두산 2군 감독이 가지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1989년 데뷔 시즌부터 1998년까지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MBC스포츠 플러스 정민철 위원은 장원준과 타이인 8년 연속 10승 투수다. 정 위원은 프로 데뷔 시즌인 1992년부터 1999년까지 꾸준히 10승 이상씩을 수확했다.
장원준과 정민철 뒤로는 김시진(삼성), 선동열(해태), 정민태(해태), 리오스(KIA·두산), 류현진(한화) 등 5명이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김상진(OB)이 5년 연속으로 그 다음 기록이다.
현역 선수 가운데서는 양현종(KIA) 장원삼(삼성), 김광현(SK), 유희관(두산), 이재학(NC)이 4년 연속 두 자릿수 기록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선발로만 21승을 거둔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 니퍼트는 선발 20승 최소경기,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MK스포츠 DB
◆ ‘MVP급…토종 20승 투수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10승과 비교할 수 없는 척도가 20승 투수다. 특히 선발 20승 투수는 MVP급으로 분류된다. 1982년부터 시작한 프로야구에서 선발 20승 투수는 8차례 7명이 배출됐다. 1983시즌 삼미 슈퍼스타스 장명부는 30승을 거뒀는데, 이 중 28승을 선발로 나가 챙겼다.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던 시절인 1985시즌 25승 중 21승을 선발로 나가 거뒀고, 1987시즌에는 23승 중 21승을 선발로 챙겼다. 현재 KBO리그에서 유일한 선발 20승을 두 차례 경험한 투수다. 1985시즌 삼성 김일융은 25승 중 선발로 20승을 올렸다.
가장 최근은 지난해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22승 중 21승을 선발로 챙겼다. 니퍼트는 정규시즌 무시무시한 활약을 앞세워 MVP까지 차지했다. 니퍼트의 선발 20승 기록은 최고령(35세 4개월 7일)과 최소 경기(25경기에서 20승)까지 갈아치웠다.
하지만 최근 선발 20승 기록은 모두 외국인의 몫이다. 토종 선발 중 선발 20승 투수가 배출된 가장 최근의 경우가 1995시즌 LG 이상훈이다. 이해 이상훈은 선발로만 20승을 거뒀다. 이후 2007시즌 두산 다니엘 리오스가 22승, 2014년 넥센 앤디 밴헤켄이 20승을 거뒀다. 토종 선발투수의 20승은 20년이 넘게 사라졌다. 결국 리그를 압도적인 토종 선발 투수가 사라졌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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