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틀 밤샘에도 고향갈 생각에 행복"…추석 기차표 예매 현장 가보니
입력 2017-08-29 18:12 
용산구 서울역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시민들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

"올해로 18년째 밤새면서 예매하는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추석열차승차권 예매 첫날인 29일 오전 7시쯤 찾아간 서울역은 예매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벌써부터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김종섭 씨(48·남)는 "지난 28일 오전 9시부터 예매를 위해 대기중"이라고 했으니 벌써 하루를 꼬박 노숙하며 보낸 셈이다. 김씨가 고향가는 열차를 예약하기 위해서는 하루를 더 이렇게 지새워야 한다. 29일은 경부선을 비롯해 8개의 노선 차표가 판매되고, 호남선은 30일 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몇년전만해도 예매 전날 저녁에 와도 원하는 시간의 차표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니 올해는 이틀 밤샘을 각오하고 있다"며 "나만 고생하면 가족들이 편하게 갈 수 있으니 기다리는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명절을 즐기기 위한 명절 기차표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7시 서울역에서도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예매 창구 앞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눈을 붙이거나 휴대 전화로 뉴스 기사를 보는 등 각자만의 방식으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일부는 오랜 기다림으로 저리는 다리에 신발을 벗고 무릎을 주무르며 지친 몸을 달래기도 했다.
승차권 구입 신청서를 작성하는 시민들
제2차 대기 장소에 앉아있던 최지홍 씨(20·여)는 "부산에 가기 위해 오전 5시 50분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최씨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오전 9시 예매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시민들은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대기 줄을 서기 전 작성한 승차권 구입 신청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창원행 기차표를 구매한 이준혁 씨(20·남)는 "8시에 도착해서 표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아슬아슬하게 건졌다"며 "오랜만에 고향 내려가는데 예매에 성공해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가족을 위해 대신 기차표를 구매한 시민도 있었다.
발권받은 기차표를 손에 꼭 쥐고 한참을 바라보던 안정환 씨(71·여)는 "구미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가 서울에 올라올 수 있게 대신 차표를 구매해줬다"며 가족을 향한 사랑을 드러냈다.
일부 기차표의 매진 현황을 알리는 전광판
예매가 시작된지 20분이 지나자 전광판에는 일부 지역 표가 매진됐다는 알림이 떴다. 대학생 이지연 씨(22·여)는 "늦잠을 자서 이제야 도착했다"며 "취소표라도 건지기를 기다려야 할 판"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한 후 발걸음 돌렸다.
매해 명절 승차권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번 추석 연휴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차편 예매에 성공하면 최장 10일 휴일이 이어진다. 때문에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하려는 귀성객들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더욱 치열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역에서는 약 280명 가량이 현장예매를 통해 기차표를 구매했으며 약 130명이 예매 전날부터 밤을 샜다.
한편 이날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온라인 예매는 갑작스러운 서버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에 코레일 관계자는 "오전에 발생한 온라인 예매 접속 불량에 대해서 별도의 사후 조치는 없을 예정"이라면서 "다만 (내일) 호남선 예매가 종료된 이후에는 취소표가 풀리기 때문에 추가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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