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신동빈의 뉴롯데…지주사 첫발 뗐다
입력 2017-08-29 17:35  | 수정 2017-08-30 09:58
신동빈 회장
◆ 지주회사 집중분석 ① ◆
롯데그룹이 롯데지주 설립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키며 지주사 전환을 위한 1차 관문을 넘어섰다. 이번 결정으로 롯데그룹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과거 신격호 시대의 폐쇄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동빈 회장의 투명경영 시대를 연 것이다.
하지만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금융계열사 매각, 자회사 지분율 확대 등 문제가 남아 있고 사드 여파가 아직도 그룹 주요 사업에 악영향을 주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롯데그룹의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가 임시 주총을 열고 주주들에게서 80% 이상 지지를 받아 분할 및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 롯데제과 주총에선 의결권을 지닌 발행주식 총수의 69.3%가 참석한 가운데 86.5% 찬성으로 분할합병계획서를 결의했다. 롯데쇼핑 주총에선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63.6%가 참석해 82.2%가 분할합병계획서에 찬성해 안건이 가결됐다. 롯데푸드는 전체 지분 중 66%가 참석해 91%가 분할계획 안건에 찬성했고, 롯데칠성음료는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68.8%가 참석해 88.6% 찬성으로 분할계획 안건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각각 분할된 4개사는 분리된 투자회사가 롯데지주로 합병되면서 지주사로 출범하게 됐다. 롯데그룹은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기업운영을 하겠다는 롯데의 의지에 공감해준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며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국민에게 더욱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LG그룹이나 SK그룹처럼 완전한 지주사 체제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저평가됐던 롯데그룹의 기업가치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룹 전체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고 그룹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가 상당 부분 희석되는 것도 지주사 체제 전환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된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재상장 이후 롯데지주의 적정 시가총액은 4조원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분할 전 시총 14조원 수준인 4개사는 분할 후 최대 15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은 현존하는 순환출자 고리 67개를 모두 해소하게 됐다. 그러나 '롯데지주→롯데리아→대홍기획→롯데지주' 고리가 새롭게 생기는 등 신규순환출자 12개와 신규상호출자 6개가 발생하게 되는데, 공정거래법상 분할합병기일인 10월 30일부터 6개월 내에 해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홍기획(1.1%)과 롯데정보통신(2.4%), 한국후지필름(3.8%), 롯데건설(0.5%)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지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신동빈 회장이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이 롯데지주 지분 7.8%를 매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로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또한 2년 이내에 상장사 20% 이상, 비상장사 40% 이상인 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맞춰야 한다. 롯데지주는 롯데쇼핑 2.1%, 롯데칠성 0.7% 등 상장 자회사와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지주사 전환 후 0%인 롯데제과 지분율은 롯데알미늄(15.3%), 대홍기획(3.3%), 호텔롯데(3.2%) 등으로부터 사들여 요건을 맞춰야 한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롯데지주의 재무건전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자회사 지분을 직접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주회사의 금융사 지배 금지로 롯데카드(93.8%)와 롯데캐피탈(25.6%) 등 금융계열사 지분도 처분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룹 리더십 공백 사태 가능성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신동빈 회장 판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계속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 외에도 롯데그룹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실적이다.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사는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높이고, 중간배당도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롯데쇼핑은 2010년 이후 배당성향이 4.4%에 그쳤다. 즉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올 하반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한 870억원에 그치는 등 시장 기대치를 52%나 밑돌았다"며 "특히 중국 대형마트 영업정지 영향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는데, 하반기에도 사드 영향이 지속되면서 적자폭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468억원, 1013억원이다. 전년 대비 20.6%, 31.9%씩 감소한 수치다. 롯데푸드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9% 감소한 743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4개사 중 유일하게 롯데제과만 올해 영업이익이 1387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손일선 기자 / 윤진호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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