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백화점, 2시간짜리 `반반차 휴가` 도입
입력 2017-08-29 14:54 

#서울 잠원동에 사는 직장인 이재원(가명·42)씨는 생일을 맞은 딸과 놀이동산에 가기 위해 오후 4시에 퇴근했다. 차가 막히는 퇴근시간 전에 출발한 덕분에 여유있게 놀이동산에 도착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씨는 2시간 일찍 퇴근하기 위해 휴가나 반차를 내지 않았다. 대신 2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하는 '2시간 휴가제(반반차 휴가)'를 썼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유통업계 최초로 2시간 휴가제를 도입한다고 29일 밝혔다. 내달 1일부터 계열사 중 현대백화점과 한섬에 우선 적용한다. 대다수 기업들이 연차를 절반으로 나눠 쓰는 '반차 휴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2시간 단위로 휴가제를 도입한 곳은 드물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연차 사용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선순환적 기업문화를 정착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시간 휴가제는 하루 근무시간(8시간) 중 2시간 연차를 쓰면 임직원 개인 연차에서 0.25일을 빼는 것으로, 2시간 휴가를 4번 사용하면 개인 연차 1일이 소진된다. 이에 따라 만 1년 가량 근무한 현대백화점과 한섬 직원의 경우 개인 연차(19일) 중 여름 휴가(7일)·겨울 휴가(3일)를 제외하고 한 달 평균 3회 가량 2시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백화점 업태 특성상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퇴근시간이 상대적으로 늦다는 점을 반영해 퇴근시간에 한해서만 2시간 휴가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매장 근무 직원들은 2시간 휴가를 사용하게 되면 오후 5시30분에 퇴근할 수 있다. 본사 직원의 경우 오후 4시에 퇴근이 가능하다.
한섬 역시 패션업계 특성상 여성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하루 근무 시간(오전 9시~오후 6시30분) 중 출·퇴근 시간대에만 2시간 휴가를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섬 내 여성 인력은 올 3월 인수한 옛 SK네트웍스 패션부문(현대G&F·한섬글로벌)까지 포함해 약 1,000명이다. 이는 전체 임직원의 72% 수준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시간 휴가제 도입으로 임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낸다거나, 학원 수강, 취미·여가활동 등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자녀를 둔 기혼 여성 직원이나 임산부 직원, 결혼을 앞둔 미혼 직원들의 2시간 휴가 사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한섬에 이어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 다른 계열사에도 2시간 휴가를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2시간 휴가제 도입으로 유연한 근무환경이 조성돼 임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일과 가정 모두에서 균형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출산휴가 신청과 동시에 최대 2년간 자동으로 휴직할 수 있는 '자동 육아 휴직제', 퇴근 후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PC-OFF) 시스템' 등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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