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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주기식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곳곳에 허점 많다
입력 2017-08-28 17:49  | 수정 2017-08-28 20:04
내년 1월 1일로 유예가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게 될 압구정 아파트단지 전경. [한주형 기자]
◆ 혼돈의 초과이익환수제 / 시행 4개월 앞두고 문제점 ◆
2018년 1월 1일.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전격 시행을 앞두고 제도의 핵심인 초과이익 산출 방법에 중대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건축 주택 취득가격은 실거래가의 60~70%에 불과한 공시가액을 기준으로 하면서 종료가액은 실거래가의 80~90%에 달하는 감정가액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초과이익이 과대 계상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강남구청의 '재건축부담금 산정 방법 및 추정' 자료에 따르면 이익 산출 시점의 가격이 10%만 올라도 조합원 1인당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1억원 이상 뛰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바꿔 말해 이익 산출 시점 가격을 현행 감정가가 아니라 매입가격과 동일한 기준인 공시가격을 적용한다면 1억원 이상 부담이 경감된다는 얘기다.
강남구청은 최근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현재 압구정에서 유일하게 추진위원회가 정식 가동된 6구역(한양아파트 5·7·8차)을 대상으로 초과이익을 시뮬레이션했다. 한양아파트 기준가격은 추진위 승인이 난 2013년 공시가액인 6780억52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총 672가구로 가구당 평균 10억900만원이다. 얼마나 이익이 발생했는지 계산하는 종료 시점은 2023년으로 가정하고 주택가액의 경우 최근 4년간 평균 상승률인 연 5.482%를 적용했다. 계산 결과 총 1조6630억원, 가구당 평균 17억원대로 산출됐다. 또 실제 시세가 예상값의 110%(1조8293억원·가구당 19억원대)와 120%(1조9956억원·가구당 20억원대)인 경우도 가정해 발생하는 부담금 액수를 비교했다.
차이는 극명했다. 가구당 평균 집값이 17억원대일 때 조합원 1인당 127만원에 불과하던 부담금이 19억원대가 되면 1억1000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20억원대로 가정하면 2억3300만원으로 다시 2배 이상 늘었다. 종료 시점의 가격이 10~20% 차이가 나면 1인당 부담금이 1억~2억원 변하는 것이다.
만약 종료 시점 가격을 감정가격이 아닌 이보다 10~20% 낮은 공시가격을 적용한다면 비슷한 규모로 부담금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준조세인 부담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기본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탓에 과다 부담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개시 가격과 종료 가격 모두 감정가에 맞추든가, 아니면 두 가격 모두 공시가격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새로 지은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두 개의 감정평가기관이 산정해 평균을 낸 값을 종료 시점의 공시가격으로 규정한다"며 "실제 차후 연도 공시가(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당시)도 이 가격과 유사한 수준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토부 설명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매에 나온 도곡렉슬 전용 59㎡는 2015년 9월 9억2000만원으로 감정평가를 받았다. 당시 실거래 금액에 거의 육박한다. 그러나 이 물건의 공시가격은 2015년 5억3100만원, 2016년 5억9200만원, 올해 6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격차가 상당하다. 이익 산정 방식 외에도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정리가 필요한 논란거리는 많다. 재건축 조합원 중 최초 추진위원회 설립 시점부터 참여한 사람도 있지만 중간에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은 사람도 존재한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아파트의 시세는 일반적으로 꾸준히 오르기 때문에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은 사람은 양도받는 시점까지의 시세 상승분에 대한 대가를 이미 지불한 셈이다. 하지만 초과이익 산정은 조합원 지위 취득 시기와 관계없이 획일적인 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에 취득 시점에 따라 초과이익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부담금은 같아지는 맹점이 있다. 3억원에 매수했거나, 10억원에 매수했거나 동일한 부담금을 내는 것이 타당하냐는 얘기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도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부담금이 양도소득세의 '예납적'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조합원은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 부담금은 이중 과세라는 것이다.
이춘원 광운대 정책법학대학 교수는 "환수제는 나중에 양도소득세 낼 것을 국가가 미리 받는 셈인데, 소유자의 담세 능력을 고려해 부과 시점을 양도 시점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익에 대한 과금은 있으면서 손실에 대한 보전 조항이 없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조합원은 부담금을 납부하고 난 후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이중으로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되지만 이런 경우 기존 납부한 부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제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조합원이 1주택자인지 다주택자인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부담금이 부과되는 점 또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조세 측면에서 위법 소지가 있고 형평성 측면에서 여러 가지 보완이 필요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선은 심층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맹점이 드러나면서 재건축 자체를 미루는 조합이 늘어날 전망이다. 재건축 자체가 추진위 설립부터 준공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전인 만큼 초과이익환수제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굳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단지들이 벌써부터 속출하고 있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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