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내부경쟁'이 필요한 이유를 수학적 모델링을 활용해 증명했다.
장봉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같은 학과 박준표 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생태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수학적 모형으로 만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결과 내부경쟁이 생태계 공존과 발전에 반드시 필요함을 찾아냈다고 28일 밝혔다.
기존에는 '가위 바위 보 게임'을 이용해 생태계의 공존을 설명해왔다. 이 게임에서는 둘만 있으면 승패가 명확히 가려지지만, 셋이 함께 있으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인 '순환적 경쟁구조'에 놓여 모두 살아남는다. 하지만 만약 주먹 그룹이 가위 그룹을 이기면, 즉 가위 그룹이 멸종하게 되면 곧 주먹 그룹도 사라진다. 먹이사슬에서 한 종이 사라지면 다른 종들이 영향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여기에 '내부경쟁'이라는 요소를 추가했다. 가위 바위 보 그룹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가위 그룹 내에서도 자신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는 셈이다. 내부경쟁을 하게 되면 대등한 관계에 있던 그룹간의 관계가 깨져버리고 만다. 장봉수 교수는 "한 그룹은 내부경쟁에 더 신경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그룹은 외부 경쟁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다"며 "서로 대등했던 경쟁구도가 무너지면서 다양한 공존 상태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주먹 집단의 내부경쟁이 약하고, 보 집단의 내부경쟁이 치열하다면 보가 바위를 이기는 상황에서 벗어나 두 그룹 모두 공존할 수 있다. 내부경쟁 크기에 따라 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의 다양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같은 방식의 수학적 모델을 조금 더 복잡한 순환경쟁 모형을 만들어 '가위, 바위, 보, 도마뱀, 스팍 게임'에도 적용했다. 세 집단이 아니라 다섯개 집단으로 확장한 것이다. 장봉수 교수는 "집단 5개에서도 내부경쟁이 없으면 1개나 3개, 5개의 집단만 살아남는다"며 "하지만 다양한 크기의 내부경쟁이 발생하면 1, 2, 3, 4, 5개 집단이 모두 공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생태계 종의 다양성을 설명함은 물론 기업 생태계나 특정 지역의 상권 등을 이루는 요소들의 공존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봉수 교수는 "삼성이나 애플처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내부경쟁을 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며 "적당한 내부경쟁과 외부경쟁 구조가 균형관계가 유지되는 덕분에 다양한 기업이 공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7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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