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25일(15:1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업투자사의 설립 기준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정작 투자업계 일선에서는 해당 개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작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수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창업투자사가 난립한다면 시장에 거품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의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말 창투사의 설립자본금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중기부는 "기존의 설립자본금 기준을 완화해 벤처투자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개정 목표를 밝혔다.
설립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보다 많은 창투사들이 벤처투자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정작 벤처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를 받을만한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숫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투자를 집행하는 창투사의 숫자만 갑자기 늘어난다면 수급불균형으로 시장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코스닥 상장 창투사 대표는 "최소자본금 기준인 20억원을 맞춰 설립된 창투사라면 통상의 경우 1년동안 펀드운용의 평균 기대수익이 2~4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이 수익으로는 심사역·운용역 등 핵심 직원이 고작 3~4명에 불과한 '초미니 VC'가 넘쳐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벤처투자업계에 제대로 된 대규모 장기투자는 줄어들고 실적을 위한 보여주기 소액단기투자만 급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창투사의 숫자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제 기능을 하지못하는 업체 수도 급증하고 있어 이와 같은 비판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2년 벤처 붐에 힘입어 사상최대 규모인 128개에 달했던 창투사의 수는 거품이 꺼진 이듬해 2003년 105개로 줄어들었다. 이후 지난 2014년까지 12년간 등록된 창투사는 꾸준히 약 100여개 전후를 오갔으나 이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의 영향으로 2015년 114개, 지난해에는 117개로 급등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내로 등록 창투사의 수는 120곳을 넘어설 가능성이 유력하다.
창투사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고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유령창투사'의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중 117곳의 창투사 중 20여곳이 전혀 투자내역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 중기청 담당 공무원은 "많은 창투사들이 제대로 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펀드를 집행하고 있지 못했다"면서 " 벤처펀드 조성 후 3년내 펀드 결성액의 40% 이상 투자하지 않은 경우 폐업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