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5년 묵혔는데 적금만도 못해…복장터지는 `깡통펀드`
입력 2017-08-27 18:47  | 수정 2017-08-27 20:18
공모 액티브펀드 482개 조사
설정한 지 5년이 지난 국내 공모펀드(액티브 펀드 기준) 3개 중 1개가 연평균 2%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 판단에 따라 주식을 사고팔며 능동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 펀드 3분의 1이 원금 손실 위험이 전혀 없는 정기적금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굴욕을 당한 셈이다.
27일 매일경제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설정된 지 5년이 넘은 482개 국내 공모 액티브 펀드(일반·대표 클래스, 보수 차감 후 수익률 기준)를 7개 유형별로 전수 조사한 결과 총 174개 펀드가 지난 5년간 연평균 2%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의 36.1%에 달한다. 482개 펀드 전체의 지난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4.3%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7일 기준 광주은행이 출시한 '쏠쏠한마이쿨적금 정액적립식'의 1년 만기 정기적금 이자율은 2.0%다. 펀드 100개 중 36개가 무위험 상품인 적금보다 수익을 못 낸 일명 '깡통펀드'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투자자 입장에서 마음 편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적금 대신에 펀드를 드는 건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서인데, 적금보다 펀드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운용사는 주식 투자를 대행해주는 대가로 연 1% 안팎의 수익을 챙긴다.
깡통펀드는 다양한 펀드 유형에서 골고루 발생했다. 특히 대체투자형 펀드 가운데 '깡통펀드' 비중이 57.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투자형 펀드는 원자재, 부동산, 파생상품 등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상품 특성상 변동성이 크고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아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5년 누적 수익률 -66%)'과 '이스트스프링원자재스마트초이스특별자산투자신탁 1(-36.6%)' 등과 같은 원자재 투자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또 부동산 펀드의 경우 만기가 지나도 투자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매각이 되지 않으면 투자자 자금이 묶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펀드 수익률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은 물론 원금 손실까지 입을 수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자산운용사들의 대표 상품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깡통펀드 비율이 28.1%로 나타났다. 5년 전 2000 안팎을 맴돌던 코스피가 올해는 한때 2400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는데도 상당수 주식형 펀드는 연평균 수익률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그중 가장 저조한 수익률의 불명예를 안은 펀드는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프랭클린그로스증권투자신탁(주식) 5'로 5년 누적 수익률은 -16%였다.
또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들의 장기 성과가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펀드 4개가 모두 최하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주식과 채권에 고루 투자해 안정성을 높이는 국내 혼합형 펀드에서도 90개 중 34개가 '깡통펀드'에 해당했다. 그중에서도 8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이 2006년 5월 내놓은 'KB장기플랜펀드'는 5년 수익률 기준 -18.8%로 최악의 실적을 냈는데 이 펀드에 아직까지 묶여 있는 자금만 505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 펀드의 경우 '어린이 펀드'라는 콘셉트로 장기 투자를 권유해 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크다.
수년간 금리 하락기에 수혜를 본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깡통펀드 비율이 30%를 넘는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나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없다는 점에서는 채권 투자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와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 깡통펀드 비중은 각각 17%, 13%로 국내에 투자하는 펀드에 비해 비교적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해외 혼합형 펀드에서는 깡통펀드에 해당하는 펀드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산배분이 가장 안정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림으로써 투자자가 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펀드가 많다는 점은 운용업계 전체가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공모펀드가 투자자들에게서 외면받는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박스권을 보인 코스피를 감안하면 액티브 펀드에서 좋은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 펀드는 채권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지만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를 보이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다만 올해만 놓고 보면 금리 이상의 성과를 낸 액티브 펀드가 많다"고 전했다.
[홍장원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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