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40년 락앤락, 대물림 않고 사모펀드에 매각"
입력 2017-08-25 17:29  | 수정 2017-08-26 09:47
지난 39년간 국내 주방·생활용품 1위 기업인 락앤락을 이끌어온 김준일 회장(65)이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했다.
25일 김 회장은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63.56% 전량을 6293억원에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락앤락의 이날 주가 1만2950원보다 40%가량 높은 1만8000원이다. 김 회장은 어피니티가 인수를 위해 만들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투자하고 직함을 유지하는 등 경영에는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면 그게 큰 짐이 될 것"이라며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성공률이 가장 낮고, 자식의 의욕과 현실은 다르며 경험적으로 판단할 때도 그것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슬하에 삼형제를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첫째·둘째아들이 락앤락에 재직하고 있다. 회사 매각에는 김 회장의 건강 문제도 고려됐다. 그는 "2014년 중국 실적 악화 이후 재건을 위해 창업 당시보다 더 힘든 일생 최대의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다"며 "중국 시장은 다시 소생시켰지만 건강 악화로 2015년 12월 심혈관 이상으로 위험한 시술을 받은 이후 우발적으로 건강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걱정과 함께 이 때문에 회사가 곤란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민하던 와중에 올해 초 어피니티에서 먼저 인수 제안이 왔다"며 "락앤락은 자수성가한 창업자의 기업적 성격이 강해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창업자의 영향력을 배제한 새로운 비전과 역량을 갖춘 투자자와 경영진이 필요했고, 창업주로서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더 고려한 경영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1978년부터 39년을 같이한 락앤락은 인생의 전부라 말할 수 있다"며 "창업주로서 욕심과 애정을 모두 내려놓는 고통스럽고 힘든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어피니티에 지분을 매각했지만, 향후 재투자를 통해 경영에는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분 양도 이후에도 재투자를 통해 락앤락의 주요 주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경영 안정화에 몰두하겠다"며 "어피니티가 락앤락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6000억원이 넘는 매각대금은 락앤락에 재투자와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아시아발전재단에 투자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향후 사회공헌재단인 아시아발전재단 활동과 함께 40년간의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락앤락은 최근 3년여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실적 개선에 노력해왔다. 특히 2013년께부터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중국 매출이 '한한령'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중국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선물용 특판 매출이 크게 하락한 게 원인이었다. 시진핑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 정책을 내세우면서 선물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락앤락 매출액은 2012년 5084억원의 최대치를 끝으로 하락을 거듭하면서 2015년에는 4071억원까지 떨어졌다.
락앤락을 인수한 어피니티는 현재 80억달러 이상 자금을 운용해 아시아에서 가장 큰 PEF 운용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0개국에 전체 거래 규모로 약 130억달러에 해당하는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 어피니티는 1998년 이후 한국에서 총 15건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강두순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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