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검찰 저격수` 황운하의 미니FBI 실험 시작
입력 2017-08-25 16:54  | 수정 2017-08-25 17:08
매일경제가 지난 6월말 입수한 경찰의 검·경 수사권조정 시대에 대비한
매일경제가 지난 6월말 입수한 경찰의 검·경 수사권조정 시대에 대비한 '경찰 조직개편 주요 방향'내부 문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면서 검찰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 온 황운하 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승진 전보 3주만에 검·경수사권 조정 시대를 겨냥한 조직개편 실험에 나섰다. 일선 경찰서의 기획·인지수사 기능을 사실상 폐지하고 수사인력을 지방청으로 집중시켜 지방청 안에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미니FBI'식 조직을 만든 것이다. 수사권 조정에 앞서 수사전문성을 높이고 그간 일선서 하위직 수사인력들이 수사지휘 검사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던 상황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5일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울산청 산하 경찰서 내 수사과 지능팀 인력을 대거 차출해 울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로 배치해 전문수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수사조직 개편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획·인지수사를 일선 경찰서에서 전담해왔던 지능팀의 수사기능을 지방청으로 몰아주는 것은 전문적 지식이나 고도의 수사기법이 요구되는 등의 중대범죄 사건을 앞으로 지방청이 도맡아 하겠다 취지다. 그동안 일부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던 기획수사 역시 지방청이 직접 수사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이같은 내용의 울산청 수사조직 개편안을 내주께 공식 발표한 뒤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울산청 산하 중부서 11명 중 4명, 남부서 18명 중 6명, 동부서 7명 중 1명, 울주서 7명 중 1명 등 4개 경찰서 지능팀 인력 12명을 차출해 울산청 지수대로 인사발령을 낼 예정이다. 지능팀을 해체시킨 후 인력을 아예 경제팀에 통합시키는 방안도 고려됐으나 잔존 업무처리를 해야 한다는 내부의견에 따라 팀은 유지하되 인력은 최소화 하기로 했다. 일선서의 기획수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인사 성과 평가시 일선서의 기획수사 실적도 아예 반영하지 않는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황 청장은 "수사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일선서 서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것과 지방청장이 책임을 지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전문성과 책임 측면에서 후자가 훨씬 나을 것"이라며 "결국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청장은 "장기적으로는 울산청 산하 경찰서들의 지능팀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황 청장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으로 있던 시절 이철성 경찰청장과 함께 고안해냈던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비한 경찰 조직 개편안과도 일맥상통한다. 본지가 지난 6월말 입수한 '경찰 조직개편 주요 방향' 경찰청 내부 문건에는 경찰청 산하에 권력 입김과 경찰청장 수사 지휘에서 독립된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가칭·이하 국수본)를 신설하고 일선서의 지능팀을 폐지하고 해당 인력을 지방청 지수대로 편입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울산청은 관할 경찰서가 단 4곳으로 전국 17개 지방청 중 제주지방경찰청 다음으로 규모가 작다. 지방청 중심의 수사체제 전환까지는 일선서 수사인력을 대거 재배치 해야 하는 구조상 적지않은 혼란과 시행착오가 수반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규모가 최소단위인 울산청에서 수사권 조정에 앞서 조직개편에 대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험을 한 후 좀 더 큰 지방청 단위로 점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일선서 수사기능을 축소하고 지방청 중심의 수사체제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견제 내지는 폐지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그간 경찰은 검찰 수사지휘를 받으면서 영장청구를 거부당하거나 수사하던 사건이 돌연 중단되는 등 문제가 발생해도 일선서 하위직 수사인력들이 '갑'격인 검사에 대화할 채널이 없었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 땐 지방청 차원에서 대응과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수사인력 운영은 지방청장 권한이며 (황 청장의 보고안이)장기적으로 수사권 조정 이후 효율적 수사인력 운영방향과도 통하는 부분이 많아 본청 차원에서도 재가를 했다"며 "운영 결과를 보면서 조직내 수사구조도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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