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냉랭한 한중수교 25주년] 썰렁한 한·중 기념행사 따로 열려…삭막한 한중 관계
입력 2017-08-24 16:51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일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둘러싸고 대립 중인 양국 관계의 냉랭함을 재확인시켜주는 날이 됐다. 24일 양국은 '수교 4반세기'라는 역사적인 날이었음에도 기념식를 따로 준비하는 등 '반쪽 행사'로 치뤄 삭막한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기념행사 참석자의 직급도 낮아지는 등 예전보다 의전격하의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이날 오후 베이징 중국대반점에서 열린 한국대사관 주최 행사에는 '한직'인 완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겸 겸 과학기술부장이 중국 측 '주빈' 자격으로 참석했다. 완강 부주석은 장관보다 한 단계 높지만 한반도 문제와 무관한 인사라는 점에서 중국이 기본적인 의전을 지키면서도 사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중국 외교부에선 장·차관급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차관보급인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하는 등 5년 전 20주년 행사 당시와 비교해 참석자들의 직급이 확연히 낮아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참석자 직급이 문제가 아니라 500명 예약한 행사장을 채우기 위해 중국측 각 정부기관에 며칠씩 전화를 돌려 참석을 부탁해야 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부처 간부들이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한국대사관 주최 행사 참석을 꺼린 것이다.

이에 대해 주중한국대사관측은 "양측은 10년 주기 수교기념 행사를 더 성대하게 개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의전격하 논란을 해명했다. 지난 2007년 열린 한중수교 15주년 기념 리셉션에도 뤄하오차이 당시 정협 부주석이 주빈으로 참석했다는 것. 하지만 2012년 당시 국가부주석이던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양제츠 외교부장(현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직접 참석해 한중관계 발전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만에 양국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음을 체감하게 된다.
이날 서울에서 열린 중국대사관 주최 기념 리셉션에도 우리 정부 대표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장관 대리' 자격으로 참석했다. 강경화 장관은 25일 열리는 한-러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이날 모스크바로 출국해 국내에 없었다. 양국 정부 대표인 외교 수장 2명은 모두 불참한 것이다. 정부 대표는 아니지만 중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행사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장관급)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참석해 중국측보다 '성의'를 보였다.
양국 정상의 축하 메시지도 발표 형식에서 예년과 비교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축하 메시지를 교환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외교부를 통해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통상 정상 간 메시지는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하는 게 관례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한중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대중 메시지에서 후퇴한 것도 더 나아간 것도 없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내에서 열린 한중수교 25주년 관련 행사 역시 중국 측 인사들의 대거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현대중국학회와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지난 18일 서울 역삼동 재단에서 공동 주최한 '한중수교 25주년 국제학술회의'에는 정종욱(3대), 권병현(4대), 신정승(7대), 이규형(9대)등 역대 주중 한국 대사들이 자리했다. 행사에 역대 주한 중국대사들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인사는 모두 불참했다.
문제는 이런 삭막한 한중 관계를 풀어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목표로 국가안보실장-중국외교담당 국무위원간 전략대화와 차관급 국방전략대화 등 다양한 고위급 외교안보 채널을 개설했다. 하지만 작년 7월 사드 배치 후 양국의 외교 채널은 모두 닫힌 상태다. 작년 7월 독일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고위급 대화'등 소통 채널을 강화해가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조치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협의 중인 상황"이라 했다.
중국 언론의 분위기도 냉랭하다. 수교 25주년의 의미와 평가를 짚어보는 한국언론의 기획보도와 달리 중국 주요매체에선 관련 기획보도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환구시보를 비롯한 일부 매체들이 한국 정부의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칼럼을 게재한 정도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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