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위기의 시대 국제법 인재 키워야"
입력 2017-08-24 15:45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한주형 기자]

"전세계적으로 고립주의와 보호 무역주의가 부상하고 주요 국가들도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치밀하게 국제법을 연구하고 젊은 인재들을 키워야 합니다."
아시아국제법학회 총회 개최를 위해 귀국한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의 조언이다.
백 재판관이 2015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국제법학회는 올해로 설립 10주년이 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법 학술단체다. 25~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50여개국 600여 명의 국제법 학자들이 참석하는 대형 학술행사다.
2년 마다 열리는 총회의 주제는 최근 국제정세를 반영해 '불확실성 시대의 아시아와 국제법'으로 정했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 극우주의가 분출하고 있는 지금이 국제법에는 도전과 위기지만, 이를 극복하고 전세계가 번영과 평화를 이루려면 국제법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 백 재판관의 생각이다.
그의 학회장 재임기간 동안 동북아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회의 활동과 지평이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까지 넓어졌다는 평가다. 또 국제법과 독도 문제, 국제인권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고(故) 백충현 서울대 법대 교수를 기리기 위한 '백충현상'도 제정됐다. 국제법과 인권·평화에 크게 기여하고 지금은 고인이 된 4명의 인도, 스리랑카, 중국, 필리핀 원로 학자들이 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독일과 네덜란드에 머무르면서 첨예한 분쟁과 중재를 다루는 백 재판관은 한국을 중견국가로 냉정하게 평가했다. 교역 규모와 GDP, 국민과 우리 기업들의 수준을 볼 때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지만 강대국인 '미·중·일·러'의 이익이 첨예하게 교차하는 곳에 한국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라는 변수까지 얽혀 한국의 외교와 안보는 심각한 도전을 받는 형국이다. 결국 중견국가인 한국은 국제법을 그 어떤 나라보다 치밀하게 연구하고 준비해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외교부도 국제법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번 총회를 공동 주최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 연설자로 나서고 이홍구 전 국무총리,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과 아시아 각국의 총리와 장관급 인사들도 참석한다.
백진현 재판관은 특히 환경 인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감각을 가진 젊은 인재와 법학도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국제기구 최고위 층에 한국인의 진출이 있었지만 실무진과 중견 간부층에서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제기구로 진출해 경력을 쌓고 성장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이 애국이고 또 국익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법 전문가의 길을 걷길 원하거나 국제기구 진출에 조언이 필요한 후배들은 언제든지 이메일로 연락을 달라"고 당부했다.
2014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에 재선된 백 재판관의 임기는 10년으로 2023년까지 활동하게 된다. 해양법재판소는 전세계에서 선출된 21명의 재판관이 국가간 해양 분쟁을 다루는 국제기구로 최근에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하면서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해양 분쟁 중재 재판이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다. 백 재판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이제 양국의 얘기를 듣고 검토를 시작한 단계로 최종 결과 도출은 3~4년이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는 유사한 분쟁해결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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