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차관급 공직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공직자는 국방·근로·교육·납세라는 4대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라는 것이 있다. 그걸 충실히 못 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특히 "(살충제) 계란 파동도 관리 책임을 충분히 못 했다는 것 못지않게 설명의 의무를 적절히 못 했다는 것이 더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면서 "이것은 짜증이 아니라 질책"이라고 말했다.
이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앞서 지난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신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관세청장 등 차관급 공직자 16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당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총리는 "설명의 의무를 다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감수성 ▲정성과 정량 ▲준비를 꼽았다.
조병제 국립외교원장에게 임명장 주는 이낙연 총리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 총리는 "국민이 뭘 궁금해하고 뭘 불안해하고 뭘 못 믿을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미리 감지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국민이 덜 분노할지, 불신과 의심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지 알아야 한다. 거의 본능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그걸 사회적 감수성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살충제 계란' 파동을 예로 들면서 "여기 안 오신 어떤 분한테 미안한데 (식약처장이) '계란 잡숴도 괜찮습니다', 심지어 '하루에 2.6개씩 죽을 때까지 먹어도 괜찮습니다'라고 그랬다"며 "어떤 계란을 그렇게 먹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그럼 괜찮다는 말은 무슨 말인지 질문을 했고, 또 그렇다면 왜 전량 폐기하느냐고 물었더니 (그 공직자의) 설명이 막혔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정성적 접근이 너무 압도하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괜찮은데 왜 전량 폐기를 하나, 꼭 입맛 떨어지게 하는 얘기를 하며 잡수라고 하는 게 안 맞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개인에게 가장 정상적인 바람직한 건강 상태를 100이라고 보고, 현장에서 즉시 사망할 정도를 0이라고 친다면, 0.1이 넘지 않는 영향을 주는 것을 저희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희는 그 0.1마저도 0으로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려 한다'라고 설명했으면 더 알기 쉬웠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류 처장에게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꼬치꼬치 질문을 던졌고, 류 처장이 잘 대답하지 못하자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서 나올 수도 있는데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질책했고, 류 처장은 국회 답변과정에서 그 질책을 '짜증'이라고 표현해 논란에 휩싸였다.
방통위 표철수 상임위원에게 임명장 주는 이낙연 총리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 총리는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라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한다. 덤벙 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한다. 준비해야 한다"며 "대면 접촉의 기회가 점점 줄고, 소통의 방식이 세대마다 완전히 다르다 보니 (공직자의) 설명역할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그동안 각 부처 차관 등에 대한 임명장 수여는 그동안 대통령이 했으며, 국무총리가 수여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리는 배우자들도 함께 총리공관으로 초청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 대상은 지난 7월 5일부터 8월 8일까지 임명된 차관급 공무원 30명 중 16명이며, 나머지 14명은 오는 29일에 수여할 예정이다.
방통위 허욱 상임위원에게 임명장 주는 이낙연 총리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 총리가 이날 임명장을 수여한 공직자는 김영문 관세청장, 박춘섭 조달청장,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김재현 산림청장, 성윤모 특허청장,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감사원 왕정홍 사무총장과 김진국 감사위원, 방송통신위원회 허욱·표철수 상임위원,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오동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김현종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이다.류영진 식약처장은 오는 29일 임명장 수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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