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교 25주년인데···집요하게 롯데 때리는 중국
입력 2017-08-23 17:09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중국 내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6개월째 풀리지 않은 가운데 중국 당국이 이번엔 롯데마트 일부 매장의 전기설비를 몰수했다. 24일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내려진 조치다.
23일 베이징완바오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베이징시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해 롯데마트 주셴차오점과 양차오점에 대한 점검 결과, 발전기 23대와 변압기 4대의 에너지 사용이 과도하다며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다.
시 당국은 22일 해당 롯데마트 매장 발전기와 변압기를 몰수해 조만간 해체 작업을 거쳐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중국 정부의 규정에 따라 경매액은 모두 국고로 귀속되는데 경매 예상가는 약 400만위안(한화 6억8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마트는 장기간 영업정지에 더해 이번엔 설비마저 빼앗기는 피해를 입게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시 발개위 관계자는 "시 전역의 업체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기 위한 점검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를 겨냥한 보복조치가 아니라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시의 롯데마트의 설비 몰수에 대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후 롯데가 갑작스러운 세금 부과 및 안전 검사를 받은 뒤 터져나왔다"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무게를 뒀다. 롯데는 지난 2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뒤 중국내 112개 롯데마트(롯데슈퍼 포함) 점포 가운데 소방안전, 환경점검을 받아 87곳이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다. 아직 영업중인 일부 매장도 불매운동 여파로 고객이 급감했다.
실제로 다른 다국적 기업들도 최근 비슷한 조치를 당했고, 시 전체적으로 몰수된 전기설비가 28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롯데 관계자는 "롯데마트 주셴차오점과 양차오점은 지난 11월 노후 시설물 교체에 관한 지시를 받았다"며 "이에 따라 지난 4월 노후 설비 처리를 완료했으며 중국 법규상 당국이 회수 및 폐기하게 돼 있어 최근 회수해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매장에 대한 점검은 사드 배치 이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사드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중수교 25주년 기념일 직전에 중국이 다시 롯데에 대한 보복 카드를 꺼내보인 점을 볼때 87개 점포에 대한 영업재개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롯데마트 시설 몰수 사실을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가 일제히 보도해 사드보복조치가 광범위하게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중국 국민들에게 알린 점도 주목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중국 사업 구조조정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 사업을 정상적으로 재개할 방법이 없다면 최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축소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국 롯데마트는 영업손실 규모가 2013년 830억원, 2014년 1410억원, 2015년 1480억원, 지난해 1240억원 등 4년간 누적손실이 496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사드 보복으로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롯데마트는 해외사업에서 5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보다 220억원 적자폭이 커졌다. 영업정지 상태인 롯데마트 점포들도 현지인 직원들에 대해선 정상임금의 60~70%를 지급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일부 중국 유통업체들은 롯데마트측에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을 악용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오던 매장 효율화 차원에서 적자 점포 매각 방안 등은 검토할 수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손일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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