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던 ‘너’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더 테이블’
입력 2017-08-23 11:35  | 수정 2017-08-23 13:54
영화 더 테이블 포스터/사진=MBN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던 ‘너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더 테이블



사랑에 정답이 있을까.
기존 영화들에서 그려지는 ‘연인은 지나치게 달콤하기만 하다. 갈등은 있지만 결국에는 기승전‘해피엔딩. 그리고 그것이 사랑의 정답인 양, 그렇게 사랑해야만 괜찮은(?) 사랑을 한 것인 양 느끼게까지 한다. 사랑의 끝이 행복하기만 한 연인들의 모습을 담은 스크린은 현실적이지 않아 씁쓸할 때가 있다. 그치만 스크린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참 묘하다.

여기,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영화가 있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진짜 사랑을 해본 적이 있다면 한번쯤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영화, ‘더 테이블이다.

영화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테이블 위로 다양한 사연들이 펼쳐지고 다양한 마음들이 지나간다. 다양한 마음들을 자신의 기억과 비교하며 감상해보자.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고객을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1. 옛 연인에 실망한 기억이 있는 ‘너

오전 열 한시, 유일하게 꽃병이 있는 테이블로 선글라스를 낀 여배우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는다. 이후 그녀 앞에 어색하게 앉는 한 남자.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이제는 유명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창석의 만남을 그린다. 추억이 된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변해버린 시간과 멀어진 인연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창석이 오랜만에 만난 전 여자친구 ‘유진에게 찌라시에 대해 물어보고 사진을 찍는데 집착하는 찌질(?)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현실적이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대화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흑역사 혹은 지나간 연인을 기억하며 함께 웃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2. 순수함이 닳고 바랜 세상 속 진심이 그리운 ‘너

오후 두시 반, 테이블 위에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가 놓여있다. 테이블 위의 커피와 케이크처럼 쓰고도 달달한 이야기가 지나간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의 이야기이다. 시작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사람들의 고백이 마음을 간지럽힌다. ‘썸이라는 요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상처받기 두려운 청춘을 영화는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커피처럼 쓴 이별일지, 케이크처럼 달달한 사랑일지 추측하면서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추측의 재미가 있는 두 번 째 에피소드는 나약한 사람들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김종관 감독의 취향이 돋보이는 에피소드다.


#3. 오후 다섯 시, 테이블 위에 두 잔의 따뜻한 라떼가 놓여있다. 중년의 여성은 라떼에 설탕을 넣고, 젊은 여성은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신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결혼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와 ‘숙자의 이야기다. ‘숙자는 가짜 신상정보를 메모한다. 이어 상견례 날짜, 예식 날짜를 메모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 정보들은 ‘은희 자신의 진짜 결혼식 정보였던 것. 앞서 ‘숙자는 커피에 설탕을 넣고, ‘은희는 설탕을 넣지 않은 장면은 이 대목을 위한 복선이 아니었을까. 쓴 현실에 ‘달콤함이라는 거짓말로 치장하고 살아왔던 ‘은희가 그 달콤함을 벗을 때가 되었다는 암시 말이다.

#4. 마음과 다른 선택을 해 본 적 있는 ‘너

비 오는 저녁 아홉 시, 테이블 위에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가 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꽃병의 꽃잎을 찢어버렸다. ‘어차피 죽은 꽃이야
네 번째 에피소드는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 흔들리는 옛 연인 ‘혜경과 ‘운철의 이야기이다.
결혼을 앞 둔 ‘혜경의 도발에 ‘운철은 흔들린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는다. 그의 이성적인 모습에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라고 말하는 '혜경'의 대사는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잘해보자는 제안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솔깃할 대목이다.
특히나 공감지수가 높은 마지막 에피소드의 감상 포인트는‘운철과 ‘혜경이 재회 여부이다. 두 남녀가 재회할 수 있을지 추측하며 영화를 감상하면 어느새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더 테이블'은 ‘최악의 하루'를 비롯해 지금껏 두 사람이라는‘최소한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던 김 감독의 꾸준함의 결정판이다. 김 감독은 특유의 관찰력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삶의 단면들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일이 있었나? 찻잔 너머 마음과 마음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화 '더 테이블'을 찾아가보시길. 12세 관람가, 24일 개봉.

[ 조문경 MBN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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