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 시대의 `며느라기`인 당신 혹시 `김지영`?
입력 2017-08-23 10:46 
웹툰 며느라기의 한 컷 (작가의 동의하에 게재)[사진출처=며느라기 페이스북]

"사춘기나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웹툰 '며느라기'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웹툰은 대형 포털이나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되지 않는다. 작가의 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만 웹툰을 감상할 수 있다. 연재 초기 독자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웹툰을 퍼가며 입소문을 냈다. 또 지인들에게 "며느라기 알아? 봤어?"라며 읽어보기를 권했다.
간단한 그림체와 많지 않은 내용이지만 며느라기의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공감이다. 웹툰은 이제 막 결혼한 주인공 민사린이 결혼생활을 하며 겪는 일상과 느끼는 감정을 담고 있다. 미혼의 독자도 웹툰의 내용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웹툰에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페미니스트적인 내용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다. 독자에게 주인공의 신혼생활을 툭 하고 던지는 느낌이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시어머니에게 선물 받는 '앞치마'와 시댁 제사준비를 '도와주겠다'라는 남편 등 일상적인 내용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을 찾아낸다. 그리곤 "왜 집안일의 상징인 앞치마는 왜 항상 남편이 아닌 부인에게만 선물하는 거지?" "남편 할아버지의 제사준비는 남편이 부인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부인이 남편을 도와주는 거 아닌가?" 등의 의견을 쏟아낸다.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해 화제가 됐던 소설 '82년생 김지영' 역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책은 주인공 김지영의 일생을 묘사하고 있다. 김지영은 자신이 커가며 받는 차별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 독자들은 책을 통해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받고 자란 또 받고 있는 차별을 발견한다.
책에서 김지영은 육아에 지친 일상을 보내며 공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젊은 남성에게서 '맘충'이라는 말을 듣고 미쳐버린다.
정신병에 걸린다는 다소 파격적인 결말에도 독자들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책에서 보여준 김지영의 일생은 우리네 평범한 82년생 여자의 삶인 것과 동시에 미쳐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삶이기 때문이다.
며느라기의 한 독자는 이런 리뷰를 남겼다." 남자가 어디 부엌에 들어오냐는 말을 이상하게 느끼지 못했던, 집안일 하는 엄마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집안일을 돕는 거로 착한 딸의 기준을 정했던 나 자신을 반성해야겠다."
[디지털뉴스국 노윤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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