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페인서 잇단 차량돌진테러…안전지대 없는 유럽
입력 2017-08-18 15:07  | 수정 2017-08-19 15:08

스페인 제 1의 관광도시 바르셀로나 중심가와 해안도시 캄브릴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차량 돌진 테러가 연달아 발생해 13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스페인은 그동안 무슬림 극단조직 테러의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만큼 충격을 더하고 있다.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바르셀로나 경찰에 따르면 17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흰색 밴 차량이 바르셀로나 구시가지 람블라스 거리와 카탈루냐 광장을 잇는 1km 가량의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인도로 돌진했다.
스페인 경찰은 사건 발생 후 모로코와 스페인 국적의 용의자 2명을 체포했으나 둘 모두 테러에 이용된 차량의 운전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운전자는 범행 직후 현장을 빠져나와 도주한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운전자를 추적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체포한 용의자들을 상대로 범행 동기와 배후 세력을 조사 중에 있다.
IS는 사건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날 휴가 중이던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소식을 전해듣고 급히 바로셀로나로 향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주의자)의 소행이다"라며 "자유를 사랑하는 단결된 시민들을 테러범들이 결코 파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가 발생한 람블라스 거리 바로 옆에 살고 있던 목격자 키스 플레밍은 AP와의 인터뷰에서 "굉음이 들려 창밖을 내다보니 여성과 아이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당시 라스 람블라스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고 있었다던 한 미국 남성은 "범행 차량은 왼쪽, 오른쪽 지그재그로 최대한의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며 "사람들은 이미 거리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8일 새벽 1시경 바르셀로나에서 100㎞ 정도 떨어진 해안도시 캄브릴스에서 차량돌진 테러 공격이 또 발생했다. 바르셀로나 테러가 일어난지 여덟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당국은 캄브릴스 공격이 단발성 연속 테러가 아닌 바르셀로나에 이은 계획된 연쇄테러인 것으로 보고 있다.
캄브릴스 테러로 시민 6명과 경찰 1명 등 모두 7명이 부상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캄브릴스 테러 용의자 5명을 사살한 뒤 부상한 채 생존한 1명을 체포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자살폭탄 테러를 위해 폭발물 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연쇄테러는 휴가철인 점과 관광객이 특히 붐비는 장소라는 점을 악용해 테러범들이 대규모 피해를 노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차 테러가 발생한 람블라스 거리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시작해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해안가까지 1.2㎞가량 이어지며 도로 양옆에는 1703년 처음 심은 가로수가 우거져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의 명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 자리한 보케리아 시장은 상인들과 관광객을 포함해 하루 유동인구가 수십만 명에 이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IS가 람블라스 거리의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해 큰 관심을 끌어 공포 자극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람블라스 거리는 여름 휴가철로 성수기를 맞아 평소보다 더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테러가 발생한 17일 오후에도 거리를 걸으며 초저녁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특징은 지난 2016년 발생한 프랑스 니스 테러,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 테러나 지난해 6월 발생한 런던 브리지 테러와 거의 동일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량을 이용,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돌진해 무차별 민간 피해자를 양산하는 '소프트 타깃'테러와 꼭 들어맞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번 테러가 더욱 충격을 주는 이유는 스페인은 서유럽의 프랑스, 벨기에, 영국,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러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2004년 3월 마드리드 기차역에서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세력이 동시 다발 폭탄 테러를 일으켜 191명이 죽고 1200여 명이 부상한 사건 이후 테러 공격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에서 13년여간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안전성'이 역설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 당국은 이번 테러로 인한 사상자들의 국적이 최소 18개국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는 벨기에 여성 1명이지만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호주, 헝가리, 페루, 루마니아, 아일랜드, 그리스, 쿠바, 마케도니아, 중국, 이탈리아, 알제리 등이 사상자들의 국적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인 피해자는 없다고 우리 외교부가 밝혔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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