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주기업 지원사업 `J-Detox` 고작 3년으로는…
입력 2017-08-18 14:52 
'제6회 로하스 박람회'에 마련된 제주헬스푸드·뷰티·라이프스타일 공동마케팅브랜드인 'J-Detox' 관을 찾은 인파 [사진 이미연 기자]

"J-Detox가 뭔가요?"
"제주에서 나는 재료들로 만든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등 제주산 제품들 브랜드입니다."
"어 그럼 좋은 거겠네요."
지난 주말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회 로하스 박람회'에 마련된 제주헬스푸드·뷰티·라이프스타일 공동마케팅브랜드인 'J-Detox' 관을 찾은 관람객과 업체의 대화다. 이 정도만 해도 일단 '청정제주' 이미지 세팅(setting)은 성공이다. 그러나 이는 제주업체들이 노력해서 만든 것이 아닌 그냥 제주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에 얹혀가는 수준일 뿐이다. 아직은 제주 청정 자원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수많은 경쟁회사, 경쟁제품들 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제주업체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소비자들의 눈 앞에 보여져야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데 수많은 제주 상품들 중에 어떻게 해야 유통경로를 찾을 수 있을지, 마케팅은 어떻게해야하는지 막막한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태성길 제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은 "제주기업들의 콘텐츠는 굉장히 좋다"라면서도 "그런데 이게 과연 팔릴 제품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파는 방법을 모르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런 제주기업들을 돕기위한 움직임이 2년여 전부터 있었다. 신생업체이거나 이미 괜찮은 제품의 상용화에는 성공했지만 적절한 마케팅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혹은 적절한 유통망을 뚫지 못한 업체들을 돕는 것이다.
휴양형 미케어 제주기업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J-Detox
J-Detox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으로 '휴양형 미케어(MICARE, MICE+Healthcare) 산업 기반 제주 헬스케어 대표 제품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올해 2년차인 이 사업에는 제주테크노파크, 제주관광공사, 제주대학교가 참여해 기술 개발과 마케팅, 교육 등 지원사업에 선정된 업체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주테크노파크는 기업들에게 제품개발부터 제품 상용화, 기업 맞춤형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제주관광공사는 매출확대를 위한 통합 마케팅 지원을, 제주대학교는 지원 기업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해왔다.
3차년도 사업은 오는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다. 3회차까지의 지원 금액은 24억8400만원이 책정됐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제주의 청정자원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대표 제품의 육성은 물론 관광인프라 및 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융복합 마케팅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 및 지역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브랜드 차별화와 전략적 포지셔닝을 위해 심신의 힐링 및 디톡스 개념을 적용한 통합브랜드인 'J-Detox'를 활용한 통합 마케팅을 진행 중이며 이번 행사(2017 J-Detox 어워즈와 제6회 로하스 박람회 참가 등)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청정제주 담은 상품 내세운 제주 기업들 성장 중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지난 11일 오후 열린 '2017 J-Detox 어워즈'에서는 쪽(Indigo)을 이용한 수분크림과 보습크림을 개발 판매해왔던 농업회사법인 '제주인디'가 대상을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인증하는 '제주화장품 인증'도 받은 이 회사는 J-Detox 지원을 받아 동백을 이용한 크림을 개발하기도 했다.

J-Detox 도움으로 제주관광과 연계한 마케팅도 진행했다. 제주 켄싱턴리조트 서귀포 호텔에 제주인디 천연 쪽 염색 제품을 활용한 J-Detox 룸 객실 2개를 오픈하고 제품 시연 행사와 팸투어 등 제품 체험 후기를 SNS와 연계해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제주인디의 매출은 지난해 1억 3000만원을 기록했다.
강춘일 인디베베 대표는 "완제품이 있더라도 신생기업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2~3년 이상 걸릴텐데 J-Detox 지원덕분에 그 기간이 1년으로 줄었다"며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관광공사 지원으로 수출을 한번도 안해봤던 회사인데 유통사와 조인트해서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수출새싹' 사업의 도움도 받았다"고 말했다.
J-Detox 참여업체 중 효소이야기 대표가 해외 바이어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미연 기자]
J-Detox에 참여하는 또 다른 업체이자 '벳디팰롱('햇볕 반짝'이라는 뜻의 제주방언)'으로 유명한 업체인 효소이야기는 제주산 유기농 감귤을 발효시킨 천연 효소를 주원료로 보습력과 세정력이 탁월한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을 제조 판매한다. 효소 장인들의 효소 기술이 담긴 이 제품들은 2011년에는 친환경 뷰티제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북미시장에도 수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비케이바이오, 제주다, 제주자연초, 아로코스메틱, 비케이수, 영물, 제주마유, 도담, 제주허브마을, 플러긴스 등의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의 지원사격을 받고 성장하고 있다.
3년차 계획 내년에 끝나…"연장 안돼나요"
J-Detox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 1년 더 추진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아직 불투명하다. 원래 3년차 프로젝트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업체들은 제주의 천연재료를 담은 제품들이 주력인 업체들만 선정했기 때문에 닮아보이면서도 공력이나 성장 속도는 업체별로 다르다. 제주 내 대형마트 등 유통경로를 이제 막 뚫기 시작한 업체가 있는 반면 오프라인 유통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판매에 관심이 많은 업체, 내수보다는 해외 수출용 개발을 원하는 업체 등 회사 상품과 상황별로 마케팅 니즈가 다르다. 독특하게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제작하는 통에 제주 내에서만 유통되기를 원하는 업체도 있다.
J-Detox 참여업체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던 정재필 한국MD협회장은 "국내 대형마트나 드럭스토어로 갈건지, 온라인 마켓에 입점할건지 해외에 수출할 건지에 대한 목표를 정확히 세워서 디자인은 물론 마케팅과 유통전략까지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다양한 업체들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제주인디는 최근 중국 시장을 겨냥해 수출을 시작했다. 시범적으로 3월에는 중국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셀러를 상대로 한 프로그램에 제주인디의 제품이 선정되기도 했지만 사드 역풍으로 잠시 수출 계획이 보류됐다.
과일야채음료나 숙취해소음료 등의 건강음료가 주력인 '비케이바이오'는 국내 건강기능제품시장이 포화상태라는 판단으로 중국시장을 뚫기 위해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활발히 움직였지만 역시 사드 역풍을 맞았다. 덕분에 당시 수출 계획은 모두 정지될 수밖에 없었지만 최근 다시 중국 세관 통과를 위해 리뉴얼 작업과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다.
J-Detox에 참가 중인 한 업체 대표는 "(J-Detox 같은) 이런 제주기업 지원프로그램이 1회성에 그친다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기업들은 다시 망망대해 앞에 놓일 수 있다"며 "이미 선정된 업체들만 수혜를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으로 많은 제주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