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3조 매물 폭탄…저가매수 나선 증권사가 주워담았다
입력 2017-08-15 17:40  | 수정 2017-08-15 23:34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3주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3조5000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매물 폭탄' 대부분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네이버 등 5개 종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일부 종목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셀 코리아'로 해석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3주 동안 외국인이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에서 팔아치운 금액은 3조77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전체 유가증권시장 종목 순매도 금액이 3조4900억원인 만큼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운 건 사실상 대형주에 국한됐다는 얘기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2조2800억원), SK하이닉스(6200억원), 현대차(2400억원) 네이버(1700억원) 현대모비스(1000억원) 등 5개 종목의 순매도 금액을 합하면 3조4100억원으로 외국인이 팔아치운 전체 금액과 거의 일치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두 종목이 외국인 전체 순매도의 8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중형주(시총 101~300위)에선 오히려 3500억원을 순매수했고, 소형주(시총 301위 이하) 순매도액도 70억원에 그쳤다. 외국인이 북한 리스크를 계기로 올 상반기 수익을 많이 남긴 대형주에서 집중 차익실현에 나섰을 뿐 나머지 종목은 거의 팔지 않거나 오히려 조금씩 매수를 이어간 셈이다. 특히 외국인이 던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매도 물량은 국내 증권사가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수급 주체 중 '금융투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2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 달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시종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융투자 계정은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들이 자기자본을 써 주식을 살 때 금액이 올라간다"며 "조정장에서 한 달 새 4조원 넘게 신규 자금이 들어온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투자 계정에는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헤지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자금도 일부 섞여 있다. 하지만 한 달 새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집행한 것을 볼 때 증권사가 자기 돈을 들여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금융투자 계정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2482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252만8000원에서 225만원으로 11%나 떨어졌는데 증권사는 주가가 하락하자 매수 적기라고 보고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893억원을 순매수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도 금융투자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금융투자는 한 달 새 현대차 주식 1282억원, 현대모비스 주식 917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이 밖에 신한지주(1154억원) 포스코(1119억원) 현대중공업(1048억원) 네이버(1042억원) 등이 최근 한 달 동안 증권사 레이더에 걸려든 주요 종목으로 나타났다. 결국 증권사들은 정보기술(IT)과 금융주 랠리가 앞으로도 더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종목을 사들인 셈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상승장 초반에서 외국인이 사들인 물량을 횡보 장세에서 기관에 넘긴 이후 2차 상승 국면이 시작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투자가 무턱대고 지수 상승에만 베팅하는 것은 아니어서 지난 한 달간 KODEX인버스를 1841억원이나 순매수했다. KODEX인버스는 지수가 오르면 돈을 잃고, 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조정 국면이 어느 정도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IT 투매는 이제 '8부 능선'을 통과한 상황이고 단기 조정국면을 오히려 핵심 IT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에서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월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최재원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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