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7조 시장 수주전…강남권 재건축 `왕좌의 게임`
입력 2017-08-15 17:18  | 수정 2017-08-23 16:45
다음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수주전이 한창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 2 4주구 일대 전경. 총공사비만 2조6411억여 원에 달한다. [매경DB]
8·2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엇갈린 온도를 보이고 있다. 새 아파트를 짓는 조합들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비켜 가기 위해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택하는 것에 발맞춰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8·2 대책의 투기지역 지정을 통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자 매수세가 얼어붙은 것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본지가 각 조합 등을 통해 종합한 결과 현재 시공사 선정 작업 중인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은 강남·서초·송파 일대 총 13곳이다. 13곳 중 9곳이 '재건축의 메카'로 통하는 서초 반포·잠원동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총 2만409가구를 짓는 강남3구 사업장 13곳의 공사비만 합치면 6조6342억여 원으로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 수주잔액 1위를 차지한 대림산업(3조2997억원)과 GS건설(2조3973억원)의 1년치 수주액을 합친 5조697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9월 안으로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직 사업시행인가(인가신청 포함) 단계에 있는 반포·잠원 일대 재건축 사업장은 공동사업시행 방식과 신탁 방식을 택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한신4지구를 비롯해 신반포14차, 신반포22차, 방배13구역이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택했고 신반포4차는 신탁 방식으로 진행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경험이 많은 건설사나 신탁사에 일정 부분 사업을 맡겨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서울 노른자 땅 시공권을 잡으려는 건설사들의 각축전도 한창이다. 3중 규제(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분양가상한제·초과이익환수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내년 이후에는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이 줄어들면서 일감이 뜸해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9월 4일 시공사 입찰을 앞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 시공 후보자로 나설 예정인 GS건설은 글로벌 건축디자인 회사인 SMDP와 협약을 맺고 별도의 설계사무소를 차렸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14일에는 SMDP 수석 디자인 겸 CEO인 스콧 사버가 직접 현장을 찾아 조합·본사와 디자인 설명 작업을 했다"며 "현재는 비공개 출장사무소를 차려 시공사 수주전에 낼 설계안을 다듬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경도 해외 유명업체 EDSA와 손잡았다. SMDP는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회사로 시카고 포드햄스파이어와 두바이 라군 빌딩을 비롯해 일산 킨텍스 건물을 디자인했다. EDSA역시 두바이 오페라하우스와 타이거우즈 두바이, 월트디즈니 월드 포시즌스 리조트 등의 조경 작업을 맡으며 이름을 날린 회사다.
8·2 대책 이후 조합원 이주비 부담이 불거지는 것을 계산한 GS건설은 KB국민은행과 따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사업을 위한 금융협약을 맺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오는 18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하는 신반포15차 재건축을 두고 국내외 건축설계·인테리어·조경 전문가를 섭외했다. 건물 외관은 일본 후쿠오카의 유명 도시주택 '넥서스하우징'과 판교신도시 '월든힐스'를 설계한 건축가 마크 맥, 단지 내부 인테리어는 국무총리 공관과 롯데월드타워 내 시그니엘 레지던스 인테리어를 설계한 아트디렉터 김백선 씨와, 단지 조경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니얼 커크우드 하버드대 교수와 손잡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기존의 브랜드인 '롯데캐슬' 외에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단지 이름을 붙일 것"이라며 "송파구 미성·크로바 사업도 수주해 잠실·신천동 일대 롯데타운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강남권 재건축 사업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방배5구역 등 대형 사업장을 공략 중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비서울 수도권 재개발 대어인 남양주시 덕소3구역 재건축에 단독으로 참여해 컨소시엄사(롯데·GS건설, 현대산업개발)와 경쟁 중"이라며 "당분간 사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비사업 수주에 사활을 거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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