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0% '깜짝' 성장하며 6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본의 6분기 연속 GDP 성장은 전후 최장이었던 지난 2005~2006년 고이즈미 내각 6분기 연속 성장 이후 11년만의 일이다. 한국이 지난 2분기 0.6% 성장에 그치며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점과 대비된다.
일본 내각부는 "4~6월 기간 동안 실질 GDP 성장률이 1%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 수준(0.6%)을 크게 웃돈 것이다. 일본 정부와 재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정상은 이날 "민간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매우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깜짝 성장률의 배경을 설명했다.
2차 아베 내각 출범 직후부터 4년 넘게 꾸준히 밀어붙이고 있는 '아베노믹스'가 슬슬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양적 완화·재정 확대·구조 개혁) 가운데 구조 개혁이 뒷심을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정부는 규제개혁 특구 설치를 비롯해 기업 요청에 따라 일시적으로 규제를 정지시키는 '샌드박스' 제도 까지 도입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과감한 양적완화로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을 회복한 것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기업 설비 투자는 전분기 대비 2.4%나 증가했다.
일본 기업들도 잇따라 올해 실적 전망 상향 조정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회계연도(3월결산) 일본 상장사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13.8% 증가할 것"이라며 "당초 예상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2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2분기에는 개인소비 역시 0.9% 늘었다. 이는 소비세율 인상(5%→8%) 을 앞두고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던 지난 2014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테기 경제재정상은 "내수 주도의 성장 틀이 잡혀가고 있다"며 "완만하게 회복해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3분기에도 경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잃어버린 20년'에 빠졌던 일본이 장기 성장세를 회복한 사실은 한국의 최근 현실과 대비된다. 한국은 지난 1분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1% 성장했지만 2분기 0.6% 성장에 그친 바 있다. 특히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벤치마킹해 만든 전 정부 구조개혁 정책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줄줄이 올스톱된 데다, 대기업 법인세 세율 인상 등 선진국 추세와 반대되는 정책들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외치지만 저소득층에게 분배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성장'이 일어날 수 없고, 생산성을 올려야 성장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러다가는 5년 뒤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잠재성장률이 1% 미만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세종 =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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