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文대통령 전쟁 선포한 `몰카`…두달간 강제삭제 한건도 못해
입력 2017-08-13 16:35  | 수정 2017-08-13 17:39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관계부처들이 전방위적 몰카 확산 차단에 나선 가운데 정작 온라인에 유포된 불법 콘텐츠를 차단•삭제하는 주체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난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최종심의를 하지 못해 해당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회의에서 "삭제 심의에 한달이 걸리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한 문 대통령이 정작 심의를 담당하는 심의위원을 지명하지 않아 '몰카' 피해자 구제 업무에 구멍이 '뻥' 뚫리게 된 셈이다.
11일 매일경제 취재결과 방심위는 지난 6월12일 통신심의소위원회 임기 만료 후 소위원회를 다시 구성하지 않아 단 한 건의 강제 삭제•차단 명령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방심위 소속 통신심의소위원회는 몰카 삭제 및 접속 차단 등 시정명령 여부를 최종결정하는 기구로 방심위장이 심의위원을 지명해 구성한다. 방심위장은 대통령이 심의위원을 위촉후 호선을 통해 임명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새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은 아직 심의위원을 위촉하지 않아 방심위장이 공석인 탓에 몰카 삭제•차단 심의가 두 달 동안 한 건도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이 기간 방심위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총 1767건으로, 이 중 509건의 민원이 심의되지못하고 처리 대기 상태로 쌓여있는 상태다. 피해신고 중 '몰카'가 삭제 또는 접속 차단 처리된 1258건은 해당 몰카•사진 등을 게재한 사업자에게 방심위측이 '자율처리'를 요청해 사업자 측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경우다. 방심위 관계자는 "자율처리를 요청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이트나 사업자의 경우 통신심의소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는 강제 삭제 조치 등 정식 시정명령이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몰카 영상이나 사진은 한 사이트에서 지우더라도 다른 곳에 남아있을 경우 지속적인 확산이 불가피해 사실상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에서 방심위장을 위촉하기 전에는 소위원회가 언제 다시 구성될지도 알 수 없다는 게 방심위 측의 입장이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강화와 피해자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몰카 신고가 들어오면 심의에만 한 달이 걸린다는데 이래서는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질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무회의 중 '몰카'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것은 최근 현역 국회의원의 아들인 현직판사가 지하철에서 '몰카'를 찍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교사가 여고 교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몰카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의 방심위장 위촉이 늦어지면서 관련업무가 차질을 빚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의 '몰카 삭제 지연' 질타로 오는 10월부터 기존에 평균 15일 가량 소요되던 '삭제 요청→심의→접속차단 및 삭제' 과정이 2~3일 내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와 경찰청은 공조시스템을 통한 삭제•접속 차단 과정의 행정 간소화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현재 경찰은 공문을 팩스로 보내는 방식으로 방심위에 몰카나 음란물 사이트 등에 대한 심의•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이 방식은 평균 15일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될 뿐더러 위해 사이트 주소(URL) 등을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등 소모적인 과정이 많았다. 팩스 송수신 에러라도 나면 누락되는 경우도 잦았다. 방심위 역시 수신한 공문들을 분류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공조시스템은 두 기관의 서버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몰카 등 음란사이트 관련 정보를 주고받고 삭제 요청도 이뤄지는 방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산화에 따른 행정 간소화 조치로 오류를 제어하고, 몰카 피해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확산 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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