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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무대 망친 볼트…男400m 계주서 통증호소하며 경기포기
입력 2017-08-13 16:20 

13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승을 보러 운집한 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번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서 트랙 위에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자메이카 마지막 주자로 나서 동료 요한 블레이크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볼트는 특유의 긴다리로 성큼성큼 레이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왼다리를 절뚝인 볼트는 트랙 위로 쓰러졌고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400m 계주 5연패를 노리던 자메이카의 꿈도, 은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려던 볼트 자신의 꿈도 모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자메이카 팀 닥터 케빈 존스는 경기가 끝난 후 볼트에게 허벅지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블레이크도 400m 계주 결승이 10분 정도 늦게 열려 선수들이 40분 이상 대기했다”며 볼트가 다소 쌀쌀한 날씨를 걱정했는데 시상식 일정까지 길어진 탓”이라며 불만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예견된 비극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컨디션 난조와 절친한 높이뛰기 선수 저메인 메이슨(영국)의 교통사고 사망이 겹치며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볼트는 끝내 자신의 은퇴 무대를 망치고 말았다.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질주를 시작할 준비가 끝났다. 나는 여전히 최고”라고 자신했던 볼트였지만 그조차도 충분한 연습없이는 제 실력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14개의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냈던 볼트는 앞서 열린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앨리슨 필릭스(32·미국)가 총 15개 고지에 올라서면서 최다 메달 보유자 기록도 넘겨주게 됐다. 다만 금메달로만 한정했을 경우 11개를 획득한 볼트가 필릭스보다 1개 더 많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결승선에서 경기를 마치지 못해 ‘번개 세리머니‘는 커녕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볼트는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 소감을 밝혔다. 볼트는 내 동료들 모두 고맙습니다. 팬들에게도 무한한 사랑을 전합니다”는 짧은 문장을 남겼다. 비록 마지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세계 육상계를 그야말로 지배해온 볼트는 여전한 전설로 남을 전망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단거리 경기에서 볼트를 앞선 선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보유한 남자 100m(9초58), 200m(19초19) 세계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 스타 볼트가 트랙을 떠나면서 추후 판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400m 계주에서는 치진두 우자, 애덤 게밀리, 대니얼 탈봇, 느다니엘 미첼-블레이크가 이어 달린 개최국 영국이 37초47의 시즌 최고 기록으로 미국(37초52)을 앞질러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지난 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냈던 일본이 3위로 여전한 실력을 보여줬고, 중국도 4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단거리 육상 헤게모니는 다시 자메이카에서 미국으로 넘어갔으며, 아시아의 성장세도 유의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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