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를 파는 일본 한 업체의 전시 부스에는 달랑 제품 설명서와 관련 이미지만 마련돼 있다. 다양한 제품을 쌓아두고 팔기 바뿐 다른 부스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대신 전문가가 나와 일본 기저귀 제품 설명만 하는데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유모차, 카시트 등을 진열해 놓은 부스장에선 엄마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안전한지, 한 손으로도 접고 펼 수 있는지, 신생아도 사용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하다. 그런데 정작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업체 직원으로부터 자세히 설명을 듣고, 직접 체험 해보는 것으로 만족한 엄마들은 '쿨하게' 구입은 온라인에서 최저가 검색을 통해 사겠다고 말한다.
임산부 및 육아맘들에게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베이비페어 트렌드가 최근 바뀌고 있다. 과거 깜짝 할인 등을 선보이며 각종 제품을 팔기 바빴다면, 요즘은 해당 제품에 대한 개발 스토리부터 육아 지식을 엄마들과 공유하거나 제품 체험에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육아시장 트렌드를 주도해 온 베페 관계자는 "베이비페어에서 다양한 육아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최저가로 검색해 육아용품 구매를 선호하다보니 박람회 참여 업체들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박람회에서 상품을 많이 팔기보다는 브랜드 어필을 보다 강조해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든 구매가 이뤄지게 한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전문가를 섭외해 제품 관련 지식 공유를 한다거나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체험 시키는데 더욱 공을 들인다.
전시 품목도 훨씬 다양해졌다. 베페에 따르면 출산용품, 유모차 등 전통적인 육아용품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유축기와 태아보험, 제대혈 보관 등에서부터 리빙용품, 가전제품의 전시 참여가 두드러진다.
베페 관계자는 "과거에는 산모 및 태아, 신생아 위주의 육아용품 시장이었다면 영유아 및 가족구성원이 다 함께 쓸 수 있는 아이템으로까지 베이비페어 아이템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제32회 베페 베이비페어에는 수납장부터 침대, 놀이기구 등 다양한 아기 리빙제품 관련 업체가 참가해 눈길을 끈다.
이같은 트렌드 변화는 비단 엄마 뿐 아니라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 육아 참여자가 확대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베페 측은 "육아 참여자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육아용품의 사용 대상과 경계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며 "그런 분위기 덕에 일반 기업들 역시 육아시장을 공략하고자 판촉 범위를 넓혀 베이비페어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활 수준 향상으로 보다 나은 육아 환경을 가꾸려는 수요가 늘고, 한 자녀 중심의 가정 내 소비 패턴이 정착하면서 가구나 가전 등 생활용품도 베이비페어에서 찾는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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