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격다짐 이정수가 전하는 행복다짐 "결혼해도 좋아!"
입력 2017-08-11 16:23  | 수정 2017-08-11 18:50

행복다짐 칼럼니스트 이정수와 그의 아내 [사진 제공 = 이정수]
"내가 누구게. 나 이정수야. 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
2002년 KBS 공채 개그맨 출신 방송인 이정수 씨(38)는 최고의 유행어와 우격다짐이라는 개그 코너로 당시 등장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15년이 흐른 지금 그를 만날 수 있는 곳은 TV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공간이다. 그곳에서도 우격다짐 개그를 하고 있냐고? 아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유쾌발랄 아이디어 전도사로 활약 중이다. 결혼·육아에 대해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닌 현실감 넘치는 조언으로 꽃길을 걷고 있다. 이씨는 처음에 자신의 결혼생활을 기록할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게시물이 누리꾼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자 본격적으로 칼럼니스트로서 활동하게 됐다.
이정수 씨와 아내 그리고 딸 리예양 [사진 제공 = 이정수]
살면서 특별하게 잘하는 건 없었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것만큼은 '지구 1등'이라는 결혼 5년차 이씨. 그는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결혼을 두려워하는 20·30세대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지난 9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그를 직접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당신은 행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봤나"
이씨는 9년 전 4살 연하인 지금의 아내를 소개팅으로 만나 첫눈에 반했다. 4년 열애 후 결혼한 그는 현재 반(半)전업주부로서 딸 리예(4)를 키우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족의 일상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화날 때도 있고 우울할 때도 있기 마련인데 그의 일상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결혼하면 참을 인(忍)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새겨야 한다는 말이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매일 행복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식 아니냐고요. 그런데 전 정말 현재가 만족스럽습니다. 저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어요. '당신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시나요'라고 말이죠. 다들 그러죠. 살기 바쁜데 그런 낭만을 찾을 시간이 어딨냐고…. 그럼 돈 벌어서 뭐할 건데요? 맛있는 것도 사먹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일하는 거 아닌가요?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남편 혹은 아내와 살다 보면 애정이 식고 권태기가 온다고들 하죠. 이런 상황 역시 극복하기 위해 정말 '노력'이라는 것을 해봤는지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해요. 전 아내를 사랑하니까 더 예쁨 받기 위해 매일 노력하거든요.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돕는 것도 다 아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전 살면서 어떤 분야에서든 1등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우리 아내에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 잘해주거든요. '나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는 마인드가 제 자신감까지 높여줍니다. 결혼이라는 법적 테두리가 있어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은 자유잖아요. 그러니까 아내가 나만 바라보도록 매일 꼬시는 거죠. 하하."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불행했던 가정사가 내 행복한 결혼생활의 시발점"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행복한 가정을 이뤄야겠다고 다짐해왔다. 평생을 원수처럼 살아온 부모님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매일 다투는 부모님을 보면서 '저럴 거면 왜 결혼하셨을까' '부부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의문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보니 저까지 불행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싸우시는 와중에 대들었습니다. 부모님에게 '결혼했으면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저에게 '영화 같은 소리 하지 마'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얘기를 듣고 욱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난 미래의 아내와 꼭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재미있게 살아야지'라고.
가정사 때문에 결혼이 두렵다고요? 그 불행을 본인 세대에서 끊도록 하세요. 부모님의 싸움을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면 누가 어떤 잘못을 하는지 보이거든요. 그걸 타산지석으로 삼으세요. 그들의 잘못을 내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결혼을 왜 한다고 생각하세요? 종족 번식을 위해서? 아이를 낳아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서? 아니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잖아요. 사랑을 베풀면 싸울 일도 없습니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돈 있어야 연애하고 결혼·출산한다고?"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연애·결혼·출산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이씨는 어떤 조언을 해줄까.
"저 결혼할 당시 전 재산 3000만원 있었고요. 인천에 있는 월세 110만원짜리 아파트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행복하게 잘 살잖아요. 저는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을 정말 믿어요. 집안이 평안하면 일이 잘 되고 돈은 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글을 쓰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그런데 행복한 가정 생활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시작하니 지금은 작가로서 돈을 벌게 됐잖아요.
사랑하는 감정을 느껴본 지가 오래됐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사치라고 생각한다면 솔직히 인간적인 대화가 안돼요. 뭐라고 설득 합니까? 그런데 이 얘기는 해주고 싶네요. 일이든 연애든 결혼이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인생 길잖아요. 배짱 있게 천천히 해도 돼요. 남들 결혼할 때 못하면 패배자인가요? 전혀 아니에요. 본인의 페이스에 맞게 살아가면 됩니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흔히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씨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연애할 때는 남녀 사이에 누가 갑(甲)일까요? 더 많이 사랑 받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결혼 후에는? 더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죠. 결혼 후에는 왜 더 사랑하는 사람이 우위에 설까요? 사랑을 받다가 덜 사랑 받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충분히 슬플테니까요. 따라서 연애할 때는 사랑 받기 위한, 결혼 후에는 더 사랑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선 상대방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상대방과 새로운 것을 함께 경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남녀 사이다 보니 여기서 육체적인 관계가 빠질 수 없는데요. 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전 연애부터 결혼까지 아내와 9년을 보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가 있다니까요. 그 새로운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이런 대화를 솔직하게 하다 보면 새롭지 않은 것도 새삼 더 좋게 느껴지는 날도 있고요. 하하."
이정수 씨의 행복한 일상 [사진 제공 = 이정수]
이씨의 블로그 메인 화면에는 '행복하려고 노력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행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행복에 필요한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야 합니다. 행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노력해야 얻을 수 있어요."


[김지혜 에디터 / 영상 =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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