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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헬스 특별기획] 유전자 건강혁명 ⑤ 물만 먹어도 살찌는 유전자 있다? 있다!
입력 2017-08-11 15:44  | 수정 2017-08-11 16:31


비만이나 다이어트를 상담하는 진료실에는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환자들이 꼭 있다. 실제 기록한 식사 일기를 보면 하루에 먹는 칼로리가 1,500 칼로리도 안되고 군것질도 안 하는 듯한데 왜 비만이 되었을까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반면 주변에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의 소원은 제발 살 좀 쪘으면 하는 것이다.

현대 비만의 주 요인으로 과도한 칼로리 섭취와 운동량 부족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지만 이처럼 개별적으로 접근 할 때에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개인의 특성, 체질 그리고 유전이라고 부른다.

정말 물만 먹어도 살찌는 유전자가 있을까? 사람의 비만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연구된 것만 거의 1,600여 개가 넘는다. 이 많은 유전자 중에 비만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유전자로 FTO라는 유전자가 있다. 전체 비만 연구의 1/3 정도가 이 유전자가 비만의 원인임을 밝혀주고 있다. 전장유전체연관분석 방식(유전역학에서 개체간의 유전자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특정한 종의 다른 개체들의 모든 혹은 거의 모든 유전자를 연구하는 것, 출처 생명과학대사전)의 연구에서 절반 이상이 이 유전자를 최종 비만 유전자로 지목할 정도로 강력한 비만 유전자이다. 즉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비만이 될 확률은 1.5배 이상이며, 19년을 관찰한 한 연구에서는 심혈관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은 각각 1.9배, 1.8배에 달했다. (Annals of Internal Medicine 내과연보, 2015년)

FTO 유전자는 몸 속에 체지방을 쉽게 축적 시키는 유전자로 원래는 인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좋은 유전자였다. 3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시절에 인류는 지금처럼 농경을 통해 음식을 안정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수렵을 통해 간헐적으로 음식을 섭취하였기에 몸 속에 지방을 저장해 놓음으로 생존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냉장고가 발달되어 수시로 음식을 먹게 되고, 교통 수단이 좋아지면서 FTO 유전자는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전자가 된 것이다.

다행이 이 유전자의 변이는 서양사람은 7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인은 30%에 불과하다. 또 많은 연구에서 FTO 변이가 있는 경우 저지방 식이를 할 때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Journal of Nutrition 영양유전학, 2012), 변이가 없는 군은 운동을 해도 체중감량이 크게 없는 편이나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운동에 잘 반응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미국 임상영양학, 2016). 즉 FTO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살이 더 쉽게 찌나, 맞춤 영양과 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도 용이한 것이다.


또 다른 유전자로 식탐을 조절하는 MC4R 유전자가 있다. 비만의 원인이 FTO 변이처럼 대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식탐을 억제하지 못하게 하여 많이 먹어 살찌는 경우이다. 이 경우 흔히 식욕 억제제를 처방 받거나, 저칼로리 음식으로 식탐을 대체할 수 있는 식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우울과 스트레스가 있을 때 많이 먹게 만드는 BDNF 유전자도 있다. 평소엔 소식을 하다가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면 폭식을 하는 경우인데 이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근본적인 스트레스를 낮추는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비만의 다양한 원인과 개인의 특성을 유전체 검사를 통해 확인해보고 이에 맞추어 영양과 식이, 다이어트를 하는 맞춤 관리가 최근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에서는 이러한 주요 유전자들을 병원이나 의사 처방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가 구매해서 검사를 할 수 있게 DTC(Direct to Customer) 유전자 검사를 허용했다.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에 근거한 관리가 아닌, 나의 유전적 특성에 맞추어 관리하는 개인맞춤 건강 관리가 앞으로 주요 화두가 될 것이다.

[김경철 테라젠이텍스 바이오 연구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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