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인 SK주식회사가 정보기술(IT) 서비스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을 강화한다.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 재하도급 주는 거래 관행을 바꿀 계획이다. SK주식회사의 이번 시도가 다른 대기업들 상생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SK주식회사는 모든 IT서비스 중소 협력사와의 사업 계약에서 1·2차 협력업체간 재하도급 거래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사와 대기업이 포함된 유통 채널을 가진 거래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중소 협력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재하도급 구조를 없애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 총판업체를 두고 여기에 협력 업체를 두는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예외를 인정했다.
앞서 SK주식회사는 지난 9일 1차 협력업체에 '동반성장·상생협력 협조 안내문'을 발송해 중소 협력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재하도급 거래 구조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IT 서비스 분야는 건설업처럼 대기업 일감을 수주한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와 재하도급을 계약을 맺는 구조가 만연해 있다. 이때문에 대기업이 상생협력차원에서 계약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고 각종 혜택을 제공해도 이는 1차 협력업체에만 돌아갈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2차 협력업체는 소외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재하도급 계약에 따라 1차 협력업체가 일정부분 수수료를 떼는 바람에 2차 협력업체 수입은 그 만큼 줄었다.
SK주식회사 관계자는 "1차 협력업체를 통한 2차 거래를 없애 모든 중소 협력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려면 관리상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1차 협력업체에만 돌아가던 혜택을 이제 모든 협력업체가 누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SK주식회사 측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2차 중소 협력업체에도 1차 협력업체와 동일한 대우를 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2차 협력업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15년 8월 거래계약을 맺은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 대해 재하도급 계약을 맺으려면 사전 승인을 받는 제도를 도입했다. SK주식회사는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재하도급 비율은 제도 도입전 10%(130여개사)에서 지난해 1.7%(20여개사)로 줄었다"고 말했다. SK주식회사는 또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상품 구매를 포함한 중소 협력사와의 모든 거래를 100% 현금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여개 협력사가 연간 1100억원 규모 현금 대금을 받게 된다. 무상으로 제공하는 특허도 기존 37종에서 60여종으로 확대했다.
정풍욱 SK주식회사 C&C사업 구매본부장은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첫 단계는 직계약을 통한 재하도급 구조 최소화"라며 "IT서비스 사업 전반에 직계약 구조를 정착시켜 중소기업과 함께 협력하며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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