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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 ‘장산범’ 염정아를 빼고 ‘모성 연기’를 논하지 말라
입력 2017-08-09 07:02  | 수정 2017-08-09 07:4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원조 스릴러 퀸의 귀환이다. 배우 염정아가 또 한 번 스릴러 연기의 진수를, 여기에 깊이 있는 모성애 연기까지 더해 스크린을 집어 삼켰다. ‘장산범 속 그녀의 입체적인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이견 없이 최고다.
최근 베일을 벗은 ‘장산범(허정 감독)은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올해 여름 극장가의 단 한 편의 스릴러 물이다.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염정아)은 무언가에 겁을 먹고 혼자 숲 속에 숨어있는 여자애(신린아)를 만난다. 희연은 소녀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남편(박혁권)은 딸 준희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이 소녀를 수상하게 여긴다. 소녀가 찾아온 뒤 하나 둘씩 실종되는 사람들, 사라진 시어머니(허진)와 남편 그리고 들려오는 ‘그것의 목소리.
영화는 ‘소리를 소재로 독특한 공포감을 만들어낸다.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사건에서 발생하는 불안이 아닌, 사람을 홀리는 ‘소리로 보다 심리적인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는 것. 낯선 공간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사실 소재의 신선함에 비해 이를 형상화하는 장치와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진부하다. 오래전부터전해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설화, 무당과 한 맺힌 소녀, 어느 날 갑자기 도시에서 이사 온 주인공 부부, 그리고 처절한 모성애까지.
이 진부한 전개를 뒤엎고 공포감을 자아내면서도 깊은 감성을 자극하는 건 오롯이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역시나 염정아, 그리고 신린아의 하드캐리다.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의 필모를 다양하게 쌓아가고 있는 염정아는 14년 만에 다시금 최고의 스릴러 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초조하고 슬픈 감정부터, 비밀을 감춘 아이를 향한 복잡 미묘한 모성애, 아픈 과거로 인한 죄책감 등 모성애를 연기해온 여타의 여배우들과는 급이 다른 연기로 진정 가슴을 울린다.
올해 최고의 발견으로 손꼽히는 신린아 역시 염정아와 기대 이상의 케미를 발산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눈빛과 표정,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묘한 매력으로 작품의 공포스러우면서도 슬픈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끝난 뒤에도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가장 친숙한, 간절하게 원했던 소리를 믿고 따라갔을 때 한없이 무서운 순간으로 돌변하는 공포와 혼란을 담아낸다. 배우들의 열연, 소재의 신선함은 칭찬할만하지만 그 외에는 여타의 스릴러들이 답습해온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간다. 무엇보다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 부자연스럽게 차용된 전래동화 ‘해님 달님의 언급 장면이나, 다소 늘어지는 전개, 진부한 캐릭터 설정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오는 8월 17일 개봉.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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