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올 수익률 37%…금융株펀드, IT펀드 추월했다
입력 2017-08-08 17:38  | 수정 2017-08-08 19:25
국내 은행주와 증권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융주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내 금융시장을 주도해온 정보기술(IT)주 상승세가 최근 주춤해지면서 금융주 펀드 수익률이 IT 펀드 수익률(최근 1년 기준)도 앞질렀다. 일부 전문가는 하반기 코스피 상승을 견인할 주도주가 이미 IT에서 금융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내놨다.
8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금융주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7.8%(7일 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테마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인 동시에 전체 업종별 펀드 유형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연초 금융주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뜻이다.
앞서 올해 상반기에 가장 잘나갔던 펀드는 단연 'IT 펀드'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IT 대장주의 눈부신 상승 랠리에 힘입어 관련 펀드 수익률이 급등했다. 삼성그룹주 펀드도 삼성전자 효과를 톡톡히 보며 대세 펀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IT 펀드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대신 금융주가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은행주와 증권주의 주가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금융주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36%)이 IT 펀드 수익률(28%)을 앞질렀다.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주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48.9%)이 IT 펀드(50.2%)에 미치지 못했는데 7월 한 달 동안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종목별로 살펴봐도 은행주와 증권주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특히 시중은행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연초 3만900원으로 출발했던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7일 5만1400원으로 장을 마치며 66.3%나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주가도 1만2600원에서 1만8900원으로 상승해 상승률이 50%에 달했다. 이 밖에도 같은 기간 KB금융지주(38.5%) 신한금융지주(21.9%) 등 주요 시중은행 모두 연초 이후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코스피 랠리를 등에 업고 증권사 주가도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연초 이후 65%, 미래에셋대우는 43.2%, NH투자증권은 40.6% 상승했다. 이 밖에도 상당수 증권사가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적도 주가를 든든히 받치는 모양새다. 2분기 5개 주요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IBK기업) 합산 순이익은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나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은행 실적 발표가 집중된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 동안에만 은행주 137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깜짝 실적'에 화답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금융주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견조한 실적에 국내외 우호적 환경까지 더해져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우선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달러화 약세·신흥국 통화 강세'로 이어지며 국내 금융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월 또는 12월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도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인상 여부에 대한 이견은 없다"면서 "올해 은행주의 예상 평균 배당수익률은 3.0%로, 코스피 평균 1.7%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추가 하락하지 않고 금융당국의 금리규제가 강화되지 않는다면 하반기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견조한 추세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은행주 주가에 미리 반영된 부분이 많아 상대적으로 은행주보다 증권주가 더 오를 여지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증권주 순매수 흐름이 두드러진다"며 "은행주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예대마진 확대 기대감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보임에 따라 앞으로 가입할 금융펀드는 증권주 반영 비율이 높은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반기 코스피 상승세에 더불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등장도 증권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7일 초대형IB 조건을 만족하는 5개사(미래에셋대우·KB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는 신규 사업을 위한 인허가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심사와 인가 절차를 거쳐 이르면 9~10월 중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하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고 증권사별 발행어음 업무가 시작된다면 꺼져 있던 신규 수익원에 대한 기대의 불씨가 다시 한 번 올라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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