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설계사 근로자 지위 논란 (上) ◆
정부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해 고용보험·산업재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는 물론 당사자인 보험설계사 상당수가 근로자 인정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에 발표했던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 노동3권 보장(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현재 개인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는 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고용보험 외에 산재보험·건강보험·연금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보험사로서는 보험료가 급증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단체교섭권 등이 보장되면서 임금 인상 요구 등에도 직면할 수 있다. 보험사가 보험설계사의 근로자 자격 인정을 반대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A보험사는 "설계사 권익 보호 취지는 이해하지만 2021년 새 회계기준 실시로 업계 전체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험료와 임금 인상 재원 마련은 너무 큰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보험설계사들의 반대도 거세다. 2013년 6월 보험연구원이 전국 850명의 설계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직업 선택 시 주요 고려 요소로 근로자로서의 법적 신분 보장(20.3%)보다는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율성 보장(78.5%)을 꼽은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영업 활동 시 보험회사 지휘감독 여부에 대해서도 절대 다수가 '본인이 직접 의사 결정을 한다'(95.5%)고 답할 정도로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얘기다.
설계사들이 근로자 자격 인정을 반대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근로자 신분이 인정되면 개인사업자로 있을 때보다 소득세를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연간 5000만원 소득의 설계사가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으면 내야 할 세금(근로소득세)은 396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업자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 납부 세액(사업소득세)은 62만원에 불과하다.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 신분일 때 세금이 6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보험설계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의무가입 대상인 산재보험보다 단체보험을 선호한다. 현재 보험사는 100% 회사 비용으로 설계사 단체보험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돼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 절반을 설계사가 부담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단체보험에 비해 보장 범위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은 근로자로 인정받는 산재보험 대신 단체보험을 선호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특성상 이들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30여 개 보험사, 4500여 개 대리점 중에서 활동할 회사를 자유롭게 선택·이동할 수 있고 시장 진출입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하는 게 보편화되는 등 보험사 관리·통제를 받지 않는 '프리랜서'라는 게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2000년 대법원은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98두9219)한 바 있다. 소득세법 19조1항에서도 보험설계사를 사업소득자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특수고용직 : 외견상 독립사업자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근로자와 구분되지만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하는 이들을 말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해 10월 9개 직종 특수고용직 규모를 조사한 결과 총 48만3935명의 특수고용직 중 70%인 34만305명이 보험설계사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해 고용보험·산업재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는 물론 당사자인 보험설계사 상당수가 근로자 인정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에 발표했던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 노동3권 보장(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현재 개인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는 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고용보험 외에 산재보험·건강보험·연금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보험사로서는 보험료가 급증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단체교섭권 등이 보장되면서 임금 인상 요구 등에도 직면할 수 있다. 보험사가 보험설계사의 근로자 자격 인정을 반대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A보험사는 "설계사 권익 보호 취지는 이해하지만 2021년 새 회계기준 실시로 업계 전체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험료와 임금 인상 재원 마련은 너무 큰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보험설계사들의 반대도 거세다. 2013년 6월 보험연구원이 전국 850명의 설계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직업 선택 시 주요 고려 요소로 근로자로서의 법적 신분 보장(20.3%)보다는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율성 보장(78.5%)을 꼽은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영업 활동 시 보험회사 지휘감독 여부에 대해서도 절대 다수가 '본인이 직접 의사 결정을 한다'(95.5%)고 답할 정도로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얘기다.
설계사들이 근로자 자격 인정을 반대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근로자 신분이 인정되면 개인사업자로 있을 때보다 소득세를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연간 5000만원 소득의 설계사가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으면 내야 할 세금(근로소득세)은 396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업자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 납부 세액(사업소득세)은 62만원에 불과하다.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 신분일 때 세금이 6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보험설계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의무가입 대상인 산재보험보다 단체보험을 선호한다. 현재 보험사는 100% 회사 비용으로 설계사 단체보험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돼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 절반을 설계사가 부담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단체보험에 비해 보장 범위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은 근로자로 인정받는 산재보험 대신 단체보험을 선호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특성상 이들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30여 개 보험사, 4500여 개 대리점 중에서 활동할 회사를 자유롭게 선택·이동할 수 있고 시장 진출입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하는 게 보편화되는 등 보험사 관리·통제를 받지 않는 '프리랜서'라는 게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2000년 대법원은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98두9219)한 바 있다. 소득세법 19조1항에서도 보험설계사를 사업소득자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특수고용직 : 외견상 독립사업자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근로자와 구분되지만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하는 이들을 말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해 10월 9개 직종 특수고용직 규모를 조사한 결과 총 48만3935명의 특수고용직 중 70%인 34만305명이 보험설계사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