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실적쇼크에도 주가 급등하는 `괴력株`
입력 2017-08-06 17:36  | 수정 2017-08-06 20:29
실적발표 시즌에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보통 떨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에 비해 20% 이상 못 미치는 실적을 낸 '어닝쇼크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에쓰오일, 현대미포조선 등 일부 기업들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업황 개선 가능성 △업종 대비 저평가된 주가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매일경제신문이 이날까지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예상치 대비 실제 영업이익이 20% 이상 떨어진 23개사를 분석한 결과 10개사는 실적발표 기간(7월 6일~8월 4일)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6일은 2분기 기업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된 시기로 상장사마다 실적발표 시기는 달라도 이날부터 2분기 실적에 따른 개별 종목 주가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컨센서스 대비 영입이익이 47.5%나 덜 나온 에쓰오일은 이 기간 주가가 22.4%나 올랐고, 37.8%나 못 미친 실적을 발표한 현대미포조선 주가도 7.2% 올랐다. 동원F&B(주가 상승률 1.6%), 현대위아(9.7%), 현대건설기계(19.6%), SK이노베이션(13.6%), 슈프리마(5.4%), 스카이라이프(2.5%), 효성(4%), 현대일렉트릭(11.1%) 역시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에도 주가는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올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유가 하락 직격탄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던 에쓰오일·SK이노베이션과 같은 정유사가 대표적이다. 정유업은 올해 하반기 유가 안정화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정유사들은 2분기 어닝쇼크가 발생했지만 3분기엔 예상보다 더 좋을 것"이라며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어 "7월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유가는 6월 저점 대비 5달러 이상 상승해 현재 배럴당 49달러 수준이고, 수요가 본격적으로 좋아질 9월엔 50달러 돌파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업황 사정이 녹록지 않지만 동종업종 대비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현대위아와 스카이라이프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부품 업종의 경우 하반기에도 이어질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와 현대·기아차 부진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현대위아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1배로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업종 평균 PBR인 1.05배에 비해서도 저평가돼 있다.
스카이라이프도 동종업종 기업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재 스카이라이프 PBR는 1.46배인 데 반해 '방송·엔터테인먼트' 업종 평균은 2.01배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는 경쟁사 대비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며 "지난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긴 했지만 2013년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수신료 수익이 2분기엔 83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7% 성장하면서 반등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부진한 실적을 상쇄한 상장사들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지주사 전환 작업에 한창인 현대중공업그룹과 지주사 전환설이 끊이지 않는 효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닝쇼크 기업 중 주가가 오른 10개사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가 무려 3개사(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나 포진해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현대로보틱스를 매각했고, 향후에도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건조물량 감소로 조선업체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조현준 회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효성은 올 하반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배당금 확대로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할 것"이라며 "중기적으로는 지주사 전환 및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이 검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실적이 워낙 나쁘게 나온 곳들에는 '백약이 무효'였다. 어닝쇼크 상위 5개 기업은 여지없이 주가 폭락에 신음했다. 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이 80.7%나 떨어진 포스코강판은 실적발표 기간 주가가 17.9% 하락했다. 파트론(주가 하락률 9.4%), 삼성엔지니어링(17.2%), 삼성중공업(5.7%), 롯데쇼핑(11.4%)도 마찬가지였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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