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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W매치` ‘항구시리즈’ 특별한 짝짓기에 나선 프로야구
입력 2017-08-05 07:49 
지난달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항구시리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SK와이번스의 3연전에서는 독특한 장면이 연출됐다. 7회말 종료 후 SK팬들은 흰색 비닐봉투를, 롯데 팬들은 주황색 비닐봉투를 머리에 쓰고 롯데의 대표 응원가 중 하나인 ‘부산갈매기를 함께 불렀다. 8회 초 종료 후에는 양 팀 팬들이 모두 핸드폰 플래시를 활용하여 SK의 대표 응원가인 ‘연안부두를 합창했다. SK의 홈구장인 인천에서 원정팀인 롯데의 대표적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다소 보기 드문 장면이 나온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양 팀의 치어리더들이 그라운드에서 합동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경기 후에도 외야 광장에서 여운을 이어갔다.
두 팀은 연고도시를 대표하는 유니폼을 3연전 기간 중 착용했다. 3연전 첫째날인 28일에 SK는 인천군 유니폼을, 롯데는 동백 유니폼을 입었다. 양 팀은 3연전 마지막날에도 인천군 유니폼과 동백 유니폼을 입고 대결을 펼쳤다.
항구시리즈는 앞서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 팀의 3연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그 때도 3연전 첫째날과 마지막날 두 팀은 동백 유니폼과 인천군 유니폼을 입었다. 현역 시절 롯데와 SK에서 활약했던 투수 임경완이 시구자로 나서 두 팀의 특별한 시리즈의 의미를 더했다. 현재 호주리그에서 지도자로 활동 중인 임경완은 시구를 위해 오랜만에 고향 부산을 찾았다. 경남고 출신인 임경완은 대학은 인천에 소재한 인하대를 나왔고, 1998년 롯데에 입단, 2011시즌까지 활약한 뒤, 2012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SK유니폼을 입었다. 부산에서 열린 항구시리즈에서도 양 팀 응원단의 합동공연이 펼쳐졌다.
항구시리즈를 기획한 롯데 마케팅팀 김건태 매니저는 부산과 인천이 항구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가장 거리가 먼 대결이라는 점도 큰 고려 사항이 됐다. 또 부산은 인구 350만, 인천은 인구 300만으로 국내 인구 규모 2, 3위 도시라는 점도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 W매치·클래식씨리즈 등 흥행을 위한 짝짓기 시도
사실 롯데와 SK의 항구시리즈는 프로야구에서 공식 네이밍시리즈로 등장한 3번째 사례다. 그 동안 프로야구에서는 페넌트레이스 기간 중 특정한 두 팀의 대결에 이름을 붙인 적인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대결을 슈퍼매치라고 부르지만, 프로야구에서는 이런 시도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6월말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는 클래식씨리즈라는 명칭으로 첫 3연전 네이밍시리즈를 치른 적이 있다. 김건태 매니저는 삼성 관계자와 우연히 얘기를 나누다가 성사됐다. 롯데와 삼성은 1982년부터 팀 이름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이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1탄은 지난해 개장한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응답하라 1982라는 부제로 치러졌고, 2탄은 사직구장에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부제를 붙였다. 정치적으로는 민감할 수 있지만, 영남의 대표적인 두 도시의 대결이라는 점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또 두 팀은 1982년 원년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를 펼쳐, 올드팬들을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펼쳤던 두 팀이기에, 흥행에는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롯데와 삼성의 클래씩시리즈. 사진=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제공
전통의 두 팀의 대결만큼 SK와 kt위즈의 W매치도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가 많다. SK와 kt는 모기업이 통신사 라이벌이기도 하다. 이미 프로농구에서는 SK와 kt의 대결이 오래전부터 통신사 라이벌 매치로 관심을 끌어왔다. 물론 통신사 라이벌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보다는 두 팀의 와이번스와 위즈의 W를 부각시킨 네이밍이 이뤄졌다. 또 두 팀의 연고지인 인천과 수원이 과거 기호지방의 중심지였다는 점도 대결 구도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상대적으로 팬층이 두텁지 못한 두 팀의 이런 시도는 2년째 이어지고 있다.

◆ 네이밍 시리즈 현상, 프로야구에 확대되나
특정한 두 팀의 3연전에 이름을 붙이는 네이밍시리즈는 결국, 흥행을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프로야구가 국내 스포츠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연간 800만 관중을 넘어서, 90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흥행이라는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다른 종목과의 경쟁을 넘어선 다른 문화 콘텐츠와의 경쟁이 프로야구의 고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SK와 kt의 W매치. 사진=SK와이번스, kt위즈 제공
공식적이진 않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특정 팀 간의 시리즈를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거나,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라이벌 대결이 있다. 경기가 항상 치열하고, 예측할 수 없는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대결(엘롯라시코)이라던가, 롯데와 NC의 낙동강 더비, LG와 두산의 잠실 더그아웃시리즈, LG와 넥센의 엘넥라시코, 삼성과 두산의 싸대기매치 등등이 그렇다. 클래식씨리즈, W매치 등에 네이밍 시리즈의 확대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다만 양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네이밍 시리즈의 큰 틀은 대결과 화합이라는 구도다. 스포츠는 대결구도일 수밖에 없지만, 승부가 가려진 뒤에는 화합이라는 주된 의미가 숨어있다. 특정 시리즈에 이름을 붙여 대결과 화합 구도를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양 팀의 의사 일치와 의지가 중요하다. 한 관계자는 흥행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는 환영할만 하다”면서도 다만 네이밍 시리즈가 남발은 우려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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