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가입 폭주한 카카오뱅크 체했나?
입력 2017-08-04 15:40 

직장인 최민경 씨는 급히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겨 최근 가입한 카카오뱅크로 비상금 대출을 신청했다. 최 씨는 '비상금 대출이 승인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마음이 바뀌어 대출 절차가 끝나기 전 취소하려 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안내문만 나오고 취소가 이뤄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최씨는 "대출이 이뤄진 건지 중단된 건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1주일만에 151만 계좌를 돌파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서비스 지연이 잇따르며 고객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업무는 수시로 먹통이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카카오뱅크가 사전 준비 미흡으로 고객 불편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3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신청이 급증하면서 카드 신청 후 고객이 카드를 배송받기까지 평균 4주일이 걸릴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발급 물량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해 배송지연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범 1주일 만에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발급신청건수는 103만 5000건을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경우 체크카드를 현장에서 즉시 발급받을 수 있고 늦어도 며칠 뒤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느린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또 카드신청당일에 한해 가능한 업무인 카드발급 취소 및 각종 정보변경(영문이름, 배송지 등) 업무에서도 '먹통'이 발생하면서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출업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에서 대출 한도금액을 조회하거나 대출을 신청하면 "현재 대출 신청자가 너무 많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안내문만 나온다. 김씨의 사례처럼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취소하려다가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아 곤혹스러운 경우도 발생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한도 조회나 대출 신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용정보회사 등 외부 기관의 정보 조회가 필요한데 해당 기관의 정보 처리 능력이 서비스 지연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같은 외부 기관의 정보를 조회해 업무를 처리하는 다른 금융회사의 업무 처리는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카카오뱅크 내부 문제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고객 수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150만 명을 돌파하면서 내부 서버 용량이나 정보 처리 능력 자체가 한계에 달했을 수 있다는 의문이다. 대출 신청자가 소득이나 직장 관련 서류를 팩스로 제출한 경우에는 이에 대한 확인이 지연돼 업무가 제때 처리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콜센터를 이용한 고객 상담 업무는 이날까지도 원활하지 않자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에 고객센터 인력을 확대하라고 최근 권고했다.
카카오뱅크 고객 응대는 10건 중 1건에 불과할 정도로 부실한 것으로 집계돼 금융당국은 고객센터 인력 확대를 권고하고 나섰다.고객응대율 10%는 시중은행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의 경우 높으면 60~70% 정도를 기록한다. 카카오뱅크는 제2의 고객센터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1일 영업 시작 5일 만에 개설 계좌 100만 개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용자가 카카오뱅크에 맡긴 돈(수신액)은 3440억원, 카카오뱅크로부터 빌린 돈(여신)은 3230억원(대출 실행 기준)에 달했다. 먼저 영업을 시작한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개설 계좌 수는 31일 기준 50만개 중반이며 이 은행의 수신액은 6900억원, 여신액 6300억이다.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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