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늬만 병원…'억'소리 나는 의료생협
입력 2017-08-03 19:41  | 수정 2017-08-03 21:09
【 앵커멘트 】
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들면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예외적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을 위한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상당수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추성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의료생활협동조합이 개설한 경기도의 한 병원.

허위 조합원으로 가짜 의료생협을 만들어 172억 원의 보험급여를 타냈다가 적발돼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의 한 의료생협이 만든 이 한의원은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노인 1천 200명에게 출자금으로 총 6억 원을 받아 조합에 가입시켰습니다.

그리고는 1주일에 3번씩, 6개월을 강제로 한의원에 나오게 해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했다가 덜미가 잡혔습니다.


▶ 인터뷰 : 피해자
- "침 많이 맞았어요. 어떻게든 거기 취직하려고. 병원에서 (진료비도) 다 해준다고 해서 속은 거죠."

매년 새롭게 문을 여는 의료생협 병원은 100여 곳.

조합원을 모집해 출자금만 내면 아무나 병원을 차릴 수 있다 보니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진료하는 일종의 사무장 병원처럼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돈벌이를 위해 허위진료와 과잉진료가 동원됩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전직 의료생협 운영자
- "1년이면 수익창출 할 수 있죠. 투자금 다 뽑아내고. 결론은 돈 때문에 하는 거죠. 진찰을 안 했는데 진찰비를 청구할 수 있고…."

실제 지난 3년간 전체 의료생협 병원의 1/6가량이 가짜로 적발됐고, 연간 1천억 원이 넘는 건강보험급여가 부정 지급됐습니다.

▶ 인터뷰 : 권오빈 / 한의사
-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부정수급 문제가 발생하는 게 확인됐다면 당연히 폐지하는 게 맞지 않나…."

가짜 의료생협이 판을 치자 보건당국은 지난해 9월 부랴부랴 설립요건을 강화했지만, 올해도 적발사례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해 만들어진 의료생협이 허술한 관리를 틈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추성남입니다.[sporchu@hanmail.net]
영상취재 : 박세준 기자
영상편집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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