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수요자 위한다더니…유탄맞은 30대 맞벌이들
입력 2017-08-03 17:51  | 수정 2017-08-03 20:10
◆ 8·2 부동산 대책 후폭풍 / 청약·대출요건 강화의 이면 ◆
"그동안 여러 차례 청약을 시도해봤지만 이제는 아예 꿈을 접어야겠네요. '장기 무주택자'가 되는 40대까지 전·월세만 살아야 하나 싶습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 모씨(35). 결혼 3년 차인 그는 무주택자로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저축해 왔다. 하지만 이씨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합쳐 연간 소득이 7500만원(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 초과)이기 때문에 8·2 대책상의 '서민·실수요자'가 아니다.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10여 년이 됐지만 결혼해 무주택자가 된 지 고작 2년 남짓이고 아직 자녀도 없다. 청약 커트라인으로 통하는 '가점 50점'대는 그에게 '그림의 떡'이다. '실수요를 위해 투기수요 잡겠다'던 정부 입장과 달리 8·2 대책이 나오자 30대 실수요자들 원성이 잇따르고 있다. 대출 규제와 청약가점제 확산으로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문턱을 크게 높여놨기 때문이다.
'선 분양, 후 준공' 관행이 안착된 우리나라에서 첫 집을 마련하는 핵심 통로인 청약시장에서 8·2 대책에 따라 다음달 중 가점제가 확대 적용된다. 하반기 분양 성수기에 돌입하는 시기다.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 아파트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가점제가 기존 75%에서 100%로 확대 적용되고, 조정대상지역도 기존 40%에서 75%로 늘어난다. 청약가점이란 무주택 기간·부양 가족 수·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을 기준으로 매겨져 혼인 기간이 길거나 아이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가점제 확대가 30대 맞벌이 부부들의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인식된 이유다. 결혼 5년 차 직장인 박민성 씨(37)도 "아이를 셋 이상 낳고 부모님과 함께 살며 세입자로 오랜 기간 산 경우에나 청약 당첨이 가능하니 30대는 분양받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가점제를 전면 적용한 이유는 장기 무주택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으로 젊은 층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에 청약할 수 있어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아파트가 거래되는 매매시장에서도 실수요자들 원성이 높다. 실거주 목적이 섞인 투자 수요를 투기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투기지역인 성동구 금호동에 거주하는 최수현 씨(35)는 "전세금이 너무 오르는 바람에 내년 초 실거주 목적으로 6월께 집을 샀다"며 "LTV 55%를 염두에 두고 인근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매한 건데 1가구 1주택자임에도 졸지에 투기자인 것처럼 대출규제(LTV 40%)를 받게 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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