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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막전막후] 카카오, TPG 손잡은 사연…"돈보다 진정성"
입력 2017-08-03 17:34  | 수정 2017-08-04 13:56
◆ 레이더M ◆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반대하는 사람은 바보다. 최근 아시아에서 일어난 인수·합병(M&A) 딜 중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딜이다."
글로벌 3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캐피털의 공동 창립자인 데이비드 본더만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심의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이런 언급을 하고 투자를 밀어붙였다. 결국 TPG는 올해 6월 말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지난 1일 카카오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카카오내비 등 사업을 분리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별도 회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교통과 관련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비즈니스가 전 세계적으로 신성장사업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투자가 본격 궤도에 오른 것이다.
본더만의 극찬도 의미심장하지만 카카오가 TPG를 파트너로 결정하게 된 배경이 더욱 눈길을 끈다. 사실 카카오모빌리티에 '러브콜'을 보낸 투자자들은 TPG 말고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TPG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내걸고 투자를 추진했던 곳도 있다. 예컨대 소프트뱅크는 TPG가 평가한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1조6000억원)보다 약 1조원이나 높은 2조원대 중반의 기업가치를 제시하며 카카오에 적극적인 구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마음을 붙잡은 건 TPG였다.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카카오가 TPG를 파트너로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카카오모빌리티의 주력 사업은 다름 아닌 카카오택시다. 카카오택시 누적 가입자 수는 1490만명으로, 하루 평균 150만건의 택시 호출이 발생한다. 지난해 하반기 서비스를 시작한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는 누적 호출 수만 1400만건이 넘는다.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누리고 있음에도 우려의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직 수익모델이 가시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카카오의 고민을 단번에 해소시켜준 곳이 바로 TPG였다. 고민이 깊어지던 지난 봄, TPG가 카카오를 찾아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제안했다. 모빌리티 부문의 수익화를 고민하던 카카오는 우버를 성장시킨 투자 경험과 함께 향후 사업을 본격화하는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판단해 TPG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TPG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로 결정한 카카오는 모빌리티 부문 분사를 추진했다. 여기엔 별도 조직을 갖추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카카오는 TPG 제안에 적지 않은 영감을 받았다. 이는 카카오가 다른 투자자들의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TPG를 파트너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초기부터 성장 방향성을 함께 고민한 TPG에 우선권을 주고 투자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한 '사업 파트너'로서는 TPG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TPG 입장에서도 아직 수익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기업에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결정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는 TPG가 단순히 돈을 보고 들어간 게 아니라 동종 기업에 대한 투자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 파트너로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TPG가 주도하는 투자자 컨소시엄은 카카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보유하게 됐다. TPG는 카카오모빌리티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얻었다.
투자를 총괄한 이상훈 TPG 한국 대표와 윤신원 상무는 TPG 글로벌에서 이번 거래로 내부 입지를 굳히게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TPG 내부적으로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을 잡았다는 데 고무돼 있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재무 개선과 구조조정을 위한 M&A가 대부분인 최근의 한국 시장에서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는 단연 돋보이는 거래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가 OB맥주 이후 국내 M&A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글로벌 사모펀드 KKR와 어피니티는 2014년 OB맥주를 세계 1위 맥주회사인 AB인베브에 매각하면서 4조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최근 카카오택시보다 규모가 작은 싱가포르의 택시 호출 서비스인 그랩이 20억달러(2조2000억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60억달러(6조7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모델을 정립해 내년에는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에서 기업용 업무택시와 카카오페이 자동결제를 3분기 중 시작한다. 또 4분기에는 모바일 주차 서비스인 카카오파킹을 본격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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