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본 만화 덕후` 과학청년, 도쿄대 전액장학생 이어 네이처지도 뚫다
입력 2017-08-03 16:31  | 수정 2017-08-03 17:53
한재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광전소재연구단 연구원

"학창시절 학교나 학원에서 시키는 것만 공부하지 않고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해 본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공할 있는 원동력이 된 거죠. 광학 분야 유력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게재된 연구성과도 교수님이 제시한 연구주제에 만족하지 않고 응용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이뤄낸 겁니다."
한재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광전소재연구단 연구원(29)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이 일본 도쿄대 박사과정 중 쓴 광학 관련 논문(고효율&전력 하이브리드형 화합물 반도체/Si MOS형 광변조기·Efficient low-loss InGaAsP/Si hybrid MOS optical modulator)은 세계 유력 학술지인 네이처의 광학분야 저널인 포토닉스 8월호(홈페이지 7월24일)에 게재됐다. 네이처 포토닉스는 피인용빈도를 통해 저널의 수준을 보여주는 임팩트팩터(IF)가 37.852(상위 1% 이내)로 또다른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37.205)보다 높아 광학 분야 세계 톱 저널로 손꼽힌다.
한 연구원은 학창시절 컴퓨터 학원을 다닌 것을 제외하고 영어나 수학 등 보습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도쿄대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실이 2006년말 매일경제 보도를 통해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매일경제와 11년만에 다시 인터뷰에 응한 그는 당시처럼 호기심 많은 과학청년 모습 그대로인 듯 보였다. 어려서 장난감 블록게임이나 과학상자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시절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 매년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시대회인 정보올림피아드에 참가해 고1때 입상 하기도 했다.
중학생때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에 빠진 '덕후(마니아)'였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어를 독학했고 일본 유학의 꿈을 이뤘다. 그는 한일 이공계학부유학생 장학금을 받고 도쿄대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학사·석사를 마치고 지난 3월에 박사학위(전자공학)를 취득했다.
석·박사과정 5년동안도 교내·외 장학금을 받았다.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도 하고 일본 각지를 여행하며 일본 문화를 온 몸으로 체험하기도 하는 등 '딴짓'도 열심히 했다.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 현재는 KIST에서 병역의무(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을 이행하며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한 연구원은 네이처 포토닉스에 게재된 논문에 대해 "최근 사물인터넷이나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등이 부각되며 처리할 데이터량이 많아지면서 전력소모를 줄이고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컴퓨팅하는게 공학분야의 주요 이슈"라며 "기존 실리콘 포토닉스와 같은 광통신 기술은 전력소모가 크고 효율이 좋지 않았는데 이를 개선한 디바이스를 개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공학분야는 보통 교수님이 연구주제를 정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응용할 수 있는 것이 뭘까를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새 연구주제를 정한 것"이라며 "광소자 분야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는 일본의 NTT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했고 네이처지에 같이 실려 논문지에서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실패'를 새로운 도전을 위한 통과의례 또는 삶의 한 과정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전날까지 연구실에서 씨름을 했다는 그는 "삶도 그렇겠지만 공학연구를 하며 실패는 항상 하는 것"이라며 "연구가 실패해 이제는 시간이 많아져 오히려 여유로워졌다"고 웃었다. 그는 학창시절 영재고를 지원했다가 낙방 후 일반고에 진학했다. 국내에서 영재고, 특목고 등에 대한 높은 진학열기에 대해선 "과거보다 진학경쟁이 더 격화된 것 같고 과학고에 진학해서도 몇 년 후면 과학적 관심이 사그러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학생 스스로가 관심 있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가 지켜봐주고 뒷받침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한 연구원은 "광통신을 비롯한 미래의 컴퓨팅을 좀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연구분야가 KIST의 대표 연구과제"라며 "자율성이 보장되는 현재의 연구환경에서 보다 좋은 연구성과를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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