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증시 반사익 볼까
입력 2017-08-02 17:33  | 수정 2017-08-02 19:31
정부가 2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던 투자금 일부가 증시로 '유턴'할 것이란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코스피가 2400선을 유지하고 있고 투자자 예탁금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상황이어서 증시 수급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일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2389억원의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하루 기준 최대 규모다. 코스피 랠리에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주식형 펀드는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5거래일 연속 자금이 들어오며 모처럼 활기를 찾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이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6조원 넘게 주식형 펀드를 환매한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파리만 날리던 주식형 펀드에 연일 자금이 몰려들자 투자시장 분위기가 바뀐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신기영 한국투자증권 강동지점장은 "대다수 자산가들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골고루 투자하는데 부동산 쪽 전망이 앞으로 나쁘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증시로 방향을 틀 것"이라며 "이날 정부 대책을 본 상당수 투자자들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금을 우려한 자산가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던 돈줄을 끊으면 천청부지로 오르던 부동산 가격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부가 갭투자(매매가격과 전셋값 간 차이를 이용한 투자)를 막기 위해 다주택자를 상대로 강력한 제재를 할 뜻을 밝혀 수억 원대 자금으로 투기를 하던 양상은 상당 기간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이 펄펄 끓고 있는 증시로 자연스레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은 "8월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일반 공모형 주식형 펀드에까지 돈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올해 들어 처음 벌어진 일"이라며 "지난달 말 코스피가 잠시 조정을 받자 망설이고 있던 대기자금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1월 말 22조원을 밑돌았던 투자자 예탁금은 7월 말 26조원을 넘어서며 증시에 뛰어들 준비를 하던 대기자금도 풍부해졌다. 실제 개인투자자는 2일 3거래일 만에 코스피 순매수(57억원)에 나서며 높아진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모처럼 코스피를 순매수한 외국인 매수세가 더해져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9% 오른 2427.63에 마감하며 3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이 증시로 넘어오기까지 시차가 있을 거란 신중론도 제기된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는 목표수익률과 투자 방식 등에서 적잖은 차이가 있어 완벽한 '대체재'가 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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