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로구청, 광화문 불법천막 철거…현장서 욕설·몸싸움 충돌
입력 2017-08-02 14:49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의 천막 등 시설물을 철거하자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등 광화문광장 주변에 설치된 불법 농성 천막이 전격 철거됐다. 현장을 정리하러 나온 종로구청 관계자들과 경찰을 노동단체 조합원들이 막아서면서 몸싸움과 욕설 등 격렬한 충돌이 일었다. 이곳을 지나던 시민들이 우회로를 찾아 나서는 등 불편을 겪었지만, 시민들 보행에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는 등 막무가내식 시위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2일 오전 10시 종로구는 공무원 등 40여명을 투입해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등이 설치한 농성 천막 3곳에 대해 행정대집행(강제 철거)을 벌였다. 종로구청 관계자가 "불법 천막 및 시설물을 7월 26일까지 자진 철거하도록 계고서를 송달하였으나 지정된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아 부득이 아래와 같이 대집행함을 통보한다"는 내용의 영장을 읽어 내려가자 현장에서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흘렀다.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종로구의 철거 작업 대상은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로소공원, 이마빌딩 앞에 있던 3곳의 불법 농성 천막이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9개월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공투위 측은 지난 6월 이곳 인도 위에 나무와 쇠파이프 등으로 '뼈대'를 만들어 비닐하우스와 비슷한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6월 21일 청와대 앞길 전면 개방을 앞두고 청와대 '코 앞'에서 불법 농성 천막을 설치했다가 빈축을 산 단체다.
공무집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3개 중대(약 240명)가 현장을 둘러싸고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철거작업을 시작하자 농성 참여자들의 거센 저항이 터져 나왔다. 공투위 측 참가자는 "우리는 억울하게 쫓겨난 노동자들"이라며 "정상적으로 집회를 신고한 공간에 들어와서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는 게 정상적인 공무집행"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참가자는 철거 인력과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에 떠밀려 나가기도 했고, 철거를 방해하려던 농성 참여자 2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종로경찰서로 연행됐다.

시민들의 통행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한 종로구청 측은 세 차례 계고장을 보내 자진 철거를 유도했으나, 공투위 측은 "경찰에 정상적으로 집회 신고를 마쳤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도로법 75조에 따르면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설치물에 대해서는 도로관리청에 허가를 얻어야 한다.
공투위 측이 설치한 불법 텐트와 구조물 역시 인도 위를 점거하고 있어 도로법 특례조항에 따라 사전 계고 없이도 즉시 강제 철거가 가능하지만 종로구는 노동단체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진철거를 유도해왔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수차례 공문을 보내 자진철거를 요구하고 공무원이 직접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며 "보행 등 시민들의 불편이 상당하다는 판단에 강제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철거 작업으로 거둬들인 비닐과 목재 뼈대, 피켓 등만 2.5톤 트럭차량 4대 분량에 달했다.
철거 작업이 진행되는 1시간여 동안 격렬한 몸싸움이 일면서 정부서울청사 앞을 지나던 시민들을 우회로를 찾기 바빴다. 두 아이와 함께 이곳을 지나던 시민 정 모씨(38·여)는 "산책 삼아 광화문 광장을 자주 찾는데 인도를 차지하고 담배를 피워대는 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며 "이제라도 정비가 되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60대 김 모씨 역시 "노동자들의 억하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불법 행위로는 시민들을 설득할 수 없지 않겠냐"며 씁쓸해 했다.
이날 철거작업 이후 행정안전부는 이곳에 무궁화 등 20여개 화분을 가져다 놓고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다. 노동단체들이 다시 불법 농성 텐트를 설치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로 풀이되지만 "시민들의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도로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 농성 텐트 대신 화분을 가져다 놓는 것이 시민들의 통행 여건 개선에는 별달리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날 현장을 나와 있던 행안부 관계자는 "(화분설치는)도로관리청인 종로구청과 협의 하에 진행한 것임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정리 작업으로 3곳의 불법 농성텐트 정리가 완료됐지만 아직 광화문 광장 이대에 민주노총과 환수복지당 등이 설치한 불법 시설물이 산재해 있어 향후 종로구청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종로구청은 민주노총이 세종대로 인근에 설치한 농성텐트 4개동에 대해 오늘 8일까지 철거하도록 2차 계고장을 보낸 상태다. 광화문역 KT빌딩 앞에서 환수복지당이 설치한 시설물에 대해서도 종로구청은 자진 철거를 요구했으나, 환수복지당 측은 정당법을 들어 "합법적인 공간에서 정당한 정책선전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기존에 13개동이었던 민주노총 측 텐트도 자진철거 설득 끝에 4개동으로 줄어든 상태"라며 "불법 시설물 정비로 시민들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도로관리청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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