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7월 31일(13:38)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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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대 대선기간 동안 4차산업혁명 테마주로 떠올랐던 창업투자전문회사(VC)의 주가가 새정부 출범 이후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치가 '과도한 거품'이라는 시각이 확산된데다가 신 정부의 벤처지원책도 VC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9개 VC(대성창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엔벤처투자, 우리기술투자, 제미니투자, 큐캐피탈, 티에스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의 주가는 지난 3월 31일 이후 이달 28일까지 4개월간 평균 19.1% 하락했다.
대선기간인 올 3, 4월에 상장 VC가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홍준표·안철수 등 유력 후보들은 대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잇따라 4차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신기술을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VC들도 이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3월 15일, TS인베스트먼트는 3월 16일, DSC인베스트먼트는 3월 31일에 각각 52주 신고가를 기록해 'VC 주가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잘나가던 VC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올해 초 VC상승 랠리때부터 이미 추락은 예견된 현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인 실적 개선없이 '4차산업혁명'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VC 주가에 거품이 끼면서 개미들의 추격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신정부 출범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즉시 나오지 않자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되팔고 있는 것이다.
한 8년차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드론·빅데이터·인공지능(AI)등 4차산업혁명 관련 사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적어도 향후 5~10년은 지속적으로 손실을 감내하고 투자를 단행해야 비로소 유의미한 성과가 보일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대부분의 VC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4차산업혁명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책이 기대에 못미친 점도 상장 VC 주가 추락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일 기재부가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1조 4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출자사업도 포함됐다. 중소·벤처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청년창업펀드 5000억원 ▲4차산업혁명펀드 4000억원 ▲재기지원펀드 3000억원 ▲창업초기지원펀드 1000억원 ▲엔젤투자펀드 1000억원 등을 모태펀드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상최대 규모의 벤처지원 예산편성에 VC 업계 관계자들은 큰 관심과 기대를 보였다.
그러나 여·야간 추경합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실제 모태펀드 출연금액은 8700억원 규모로 결정됐다. 예상보다 38%나 줄어든 예산에 VC 관계자들은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상장 VC 대표는 "예상보다 모태펀드 예산이 크게 줄어들어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면서 "눈여겨 뒀던 몇몇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일정을 늦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