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악관 공보국장 스카라무치, 열흘만에 전격 해임
입력 2017-08-01 16:37 

백악관 권력암투의 결정판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이 열흘만에 해임됐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3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카라무치의 최근 무분별한 발언들이 자신의 직위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공보국장 해임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최근 불거진 백악관 내 권력암투가 당분간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의 해임 결정은 지난 달 22일 임명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짧은 공보국장 임기다. 스카라무치가 공보국장에서 물러나면서 백악관에서 다른 직위를 맡을지 백악관을 완전히 떠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짧은 재임기간 동안 스카라무치는 백악관 권력암투를 촉발하며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과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경질을 초래했고, 개인적으로는 트럼프에 과잉충성한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스카라무치 해임은 새로 취임한 존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건의해 단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돼 온 스카라무치 해임에 대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 빠른 속도로 백악관을 장악해 나가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강력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스카라무치는 자신이 켈리 비서실장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한다고 자랑했던 것이 켈리 비서실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의 질서를 잡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적인 권한을 부여받았다. 켈리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백악관 참모들에게 자신이 참모진 책임자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도 "켈리 비서실장이 백악관의 체계와 규율을 갖출 전권을 부여받았다"며 "웨스트윙 직원들이 모두 그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출신의 스카라무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을 등에 업고 취임 직후부터 백악관에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스카라무치는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반대했던 자신의 과거 트위터를 삭제하며 과도한 충성심을 보였다. 무분별한 총기 보유에 반대하는 글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계획을 조롱한 트위터를 스스로 지운 뒤 "나는 얼굴이 두껍고, 우리는 미국인에게 봉사하는 대통령의 어젠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표변했다.
스카라무치는 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과 나는 모든 이에게 말하고 싶다. 백악관 내 유출자가 누구인지, 유출한 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매우 매우 잘 알고 있다"며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히 지난 달 27일 '뉴요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는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을 향해 "망할 편집적 조현병 환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은 스카라무치의 원색적 공세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 달 28일 경질됐다.
스카라무치의 전임자인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카라무치 발탁 소식에 반발해 일찌감치 자리를 내놓고 백악관을 떠났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프리버스 비서실장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다.
스카라무치가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에게 도전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해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선거자금 모금 역할을 맡았던 스카라무치는 대선 승리 후 백악관 선임 고문 자리를 노렸다. 하지만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자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져왔다.
따라서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을 공격했고, 때마침 러시아 스캔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겹치면서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 물러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스카라무치의 '열흘 임기'를 두고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경질이라는 역할을 마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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