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통합과학 수업 들어라" 불안감 자극하는 대치동 학원의 추태
입력 2017-08-01 16:08 

중학교 3학년 박모군은 여름방학을 맞아 대치동의 유명 입시학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통합과학 수업을 듣고 있다. 학원측이 진행한 입시전략 설명회에 다녀온 부모님이 국어·영어·수학에 더해 통합과학 수업까지 들으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학원측은 "통합과학 과목이 국·영·수 못지 않게 중요해질 것"이라며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고등학교에 진학해 힘들어질 수 있다"며 학부모들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박군의 학부모는 "국·영·수는 누구나 준비하는 것이고, 통합과학은 이번에 새로 도입된다니 걱정이 많다"며 "내년부터 바로 수업을 시작하는데 미리 들어두면 수능이나 내신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등록시켰다"고 말했다.
1일 대치동 학원가에 따르면 입시 학원들은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통합과학·통합사회 강의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도입되는 과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입시제도에 대한 불안감에 편승한 마케팅이 아니냔 지적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중3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첫 도입되는 통합과학·통합사회 과목은 아직 교과서도 발행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 교육부에서 발표한 내용체계 및 성취기준이 있긴 하지만 교과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불확실하다. 또 8월 수능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이들 과목이 어떤 식으로 수능에 포함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 유명 입시학원은 중3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을 통해 약 2개월에 걸쳐 국·영·수 못지 않게 통합과학·통합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덕분에 현재 이 학원의 통합과학·통합사회 수강생은 100명이 넘는다. 이 학원은 통합과학·통합사회 수업을 위해 2000년대 초반 공통과학·공통사회 수업 경험이 있는 강사들을 데려왔다. 이들은 교과서나 문제집 없이 물리·화학 등 기존 과목을 바탕으로 단원별 자료를 새로 만들어 수업하고 있다.

이 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통합과학·통합사회는 교육과목 단위시간이 국영수와 똑같이 8단위라서 중요도가 높아졌다"며 "특히 통합과학은 한 단원 내에서도 물리·화학·지구과학 등이 융합된 개념을 함께 요구하고 있어 학생들이 어렵고 생소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는 융합적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새롭게 바뀌는 체제에 학생들이 미리 익숙해지려면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3인 학생들은 내년 고교 1학년이 되면 문·이과 구분없이 국어, 영어,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공통과목을 배워야 한다. 학원가에선 2021학년도 대입수능 출제 범위에 이들 1학년 공통과목도 포함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능 개편 시안은 아직 공개조차 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개편안은 이달 말이나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수능에 반영될지, 어떤 형식·어느 정도 비중이 될지는 결정된 게 없단 얘기다.
학원가 내부에서조차 교과서마저 없는 공통과학·공통사회 과목 강의를 잇따라 개설하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학원은 두 발 앞서야 한다고 하지만 교과서도 없는 상황에서 너무 이르고 과장된 부분이 없잖아 있다"며 "통합과학 등이 낯설고 생소하니까 불안에 떠는 학부모와 학생의 심리를 자극한 불안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입시학원 관계자도 "입시가 내신 위주로 돌아가면 난도가 낮은 1학년 통합과학·통합사회를 배울 시간에 국·영·수를 더 공부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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