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고] 먹거리 정책도 소비자 중심으로!
입력 2017-07-31 17:05 
윤형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국장

인류 최초의 먹거리는 사냥하거나 자연에서 채취한 것이었고 농경사회는 가족과 마을의 먹거리 생산을 위한 자급자족 시대였다. 그러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식품의 본격적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식품의 과학화, 산업화 진전으로 인해 가공식품이 비약적 발전해 풍요로운 먹거리 환경이 조성됐다. 소위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에는 배불리 잘 먹을 수 있도록 먹거리 공급에 주안점을 뒀으나, 다양한 가공기술,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증가하여 현재 정부는 안전한 식품공급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제 식품 안전관리에 있어 국가 주도로 단순히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세심한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식약처는 우선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 걸친 먹거리의 안전성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 '먹거리 안전 종합계획'을 추진하려 한다. 최종 식품의 안전성이 확보되려면 농축수산물의 생산단계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기후 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대비하여 중금속 등 오염원에 대한 기준 규격을 재평가하고, 수산물과 원유에 대한 동물용의약품 잔류물질 관리와 함께 안전성 조사 등 생산단계 안전관리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수입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수출국 현지의 생산·제조현장에 대한 실사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문제 제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는 경우 별도 검사 없이도 잠정적으로 통관을 보류하는 '무검사억류제'를 도입하려 한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주로 먹는 식품에 대한 HACCP 의무적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위해우려 식품에 대한 이력추적관리를 확대하는 등 제조 유통단계의 안전관리도 강화해 생산-제조-유통과 수입단계의 전 과정에서 물 샐 틈 없는 통합 관리를 추진할 것이다.

또한 급식관리의 공공성을 높이고 국내 소비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먹거리 복지에도 앞장설 방침이다. 모든 국민은 안전뿐 아니라 영양까지 갖춘 건강한 먹거리를 누릴 권리가 있다. 영양사가 없는 어린이집, 복지시설 등 급식시설에 식품위생과 영양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여, 현재 2만 5000여개소 지원 대상을 2020년까지 5만 4000여개소로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1인 가족 증가 추세로 인해 혼밥족과 가정간편식(HMR), 배달음식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제품에 대한 안전과 영양관리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들 제품에 대하여 영양표시를 강화하고 배달 음식에 대한 보관 유통기준을 설정하는 한편 HACCP 적용도 확대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권리 강화제도를 도입하려한다. 이제까지는 식품사고로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집단소송을 하는 것이 어렵고, 먹는 걸로 장난치는 악덕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했다. 식품 집단소송제 도입은 2008년 당시 생쥐머리 새우깡과 칼날 참치캔 등 사고의 여파로 한 때 추진된 바 있으나 기업의 반발로 인해 무산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의 안전주권을 향한 목소리와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열망과 진정한 소비자 주권 확립을 위해 식약처는 식품 분야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추진하려 한다.
식약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가운데 먹거리 안전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며 '국민이 주인인 정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큰 틀 내에서 국민이 공감하고 안심할 수 있는 규제변화를 이뤄나갈 것이다.
[윤형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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